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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론조작 책임 귀 막다가 또 이때만 넘기려는 네이버

동아일보입력 2018-04-25 00:00수정 2018-04-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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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논란으로 거센 개혁 요구에 직면한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오늘 1차 개편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네이버가 마련한 개편안은 24시간 기준으로 1인당 20개까지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현행 한도를 더 줄이고, 자동 댓글 작성 프로그램인 ‘매크로’ 사용을 막기 위해 연속 댓글 작성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네이버가 생각하는 대책이 그런 정도 수준이면 네이버 경영진이 현 사태의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현재 네이버에 쏟아지는 비판의 본질은 지난 십수 년간 벌여온 뉴스와 댓글 장사가 공정한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온라인 광장’을 조작과 인신공격, 가짜뉴스의 난장판으로 변질시킨 데 있다. 야(野) 3당이 포털 사이트의 뉴스 장사와 댓글 조작 폐해를 막기 위한 공동 입법에 나서기로 한 것도 그 폐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포털 개혁 요구의 핵심은 ‘인링크’ 제도와 뉴스 댓글 존폐다. ‘인링크’는 포털에 접속해 뉴스를 클릭했을 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 안에서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다는 등의 ‘가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접속자를 오래 붙잡아두려고 이 방식을 고집한 포털의 욕심이 댓글 조작 등의 부작용을 양산한 것이다.


기자가 한 명도 없는 네이버는 언론사의 훈련받은 기자들이 공들여 취재 작성한 기사를 마음대로 배열·편집하고 댓글 시스템을 가동해 여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누려왔다. 구글 등 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이 아웃링크 방식인 것은 댓글·순위 등의 조작 가능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뉴스 댓글의 해악은 이른바 ‘드루킹 사태’가 웅변한다. 70% 이상의 국민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데 불과 수천 명의 ‘헤비 댓글러’가 여론을 쥐고 흔드는 게 우리 현실이다. 네이버 ‘지식iN’도 집단 지성으로 지식을 알려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매크로로 조작돼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도 포털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네이버는 외부에 위원회, 패널, 포럼 등을 만들어 장기적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식으로 때우고 넘어갔다. 이번 대책도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데, 무성의한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여론 조작의 난장(亂場)을 벌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네이버의 개혁 입법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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