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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은 구멍 뚫린 배… 평화적으로 가라앉게 제재 강화해야”

한기재 기자 , 신석호 국제부장 입력 2017-11-22 03:00수정 2017-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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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인터뷰]
21일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만난 태영호 자문연구위원은 “모든 사회 발전 법칙은 같다”며 북한에서도 한국과 같은 풀뿌리 중심의 정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북한은 모든 대외관계와 국내 일정을 핵·미사일 개발의 완성에 맞춰놓고 있습니다.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가 남았는데 올해 말까진 하지 않을 것 같고, 내년이 중요합니다.”

2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회의실에서 만난 태영호 자문연구위원(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은 최근 60일 이상 도발을 멈추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향후 행보를 이렇게 전망했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발목이 잡힌 한국을 상대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핵·미사일 발사 시험 동시 중단’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한미가 받지 못할 카드를 던져 명분을 쌓은 뒤 전략도발을 단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태 위원은 북한을 ‘밑창이 뚫려 가라앉는 배’에 비유하고 핵·미사일 완성 저지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제재와 압박, 정보의 유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면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먼저 뒤로 한발 물러서는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훈련 일정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보이는 건 한국과 미국이 토의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의 기본 상징은 평화다. 올림픽과 동시에 군사연습을 한다면 한반도 특수성을 모르는 외부 시선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엔에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북한이 도발을 못하도록 미리 방패막을 친 건 매우 잘한 일이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팀이 (참가) 자격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북한 올림픽대표단에 평창으로 오라고 계속 러브콜을 보내서 한국의 선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스처를 보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외면한 것은 북한의 대중국 외교에 만만치 않은 비용을 초래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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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거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과 대화해 보면 조금 미안해하는 감정도 깔려 있다. 북한은 중국의 손아래 동생이나 다름없었는데 최근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고, 북한 입장에서는 동맹국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일 것 아닌가.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미안한 감정도 있을 거다.”


―북한이 마지막 도발을 감행한 지 70일 가까이 됐다. 트럼프의 무력시위와 압박 전략이 먹혔다고 볼 수 있나.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 현재 북한의 핵과 ICBM 질주를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라는 발언을 하자 결국 김정은이 괌에다 미사일을 쏘지 못하고 일본 열도 건너 태평양에다 쐈다. 비록 트럼프의 발언이 수사학적 외교라고 해도 김정은이 상당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력시위가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킨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속도전을 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향상된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의 기술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새 기술을 보여주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위기감은 여기서 수천, 수만 km 떨어진 미국에서 오히려 더 강했다. 미국에 갔을 때 하와이주 하원의원이 나를 찾아오더니 정말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지 안 쏠지 질문을 하더라. 대피훈련도 하고 대피시설도 전부 점검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옵션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들었나.

“상당히 구체화된 형태로 진척돼 있다. 처음 들은 개념이 ‘극히 제한적인 공격(very limited strike)’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 과정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라 인명 피해가 나지 않는 비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이다. 범죄자를 제압할 때 범행을 잠시 멈추게 하기 위해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지 않나. 북한도 경고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때리자는 것이다.

북한에 푸에블로호(1968년 북한에 나포됐던 미 해군의 정찰선으로 현재 평양에 전시 중)가 있지 않나. 법률적으로는 미국 재산인 이것을 정밀타격으로 딱 때려서 순간에 박살낼 수도 있다. 미국이 ‘너희가 불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 것 우리가 깨버리는 건데 왜 그래’ 하며 놀라게 하는 방안이다. 이런 구체적 개념까지도 논의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런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보나.

“김정은과 트럼프의 수사학적 위협은 끝까지 치달았다. 이 상태에서 ‘극히 제한적인 공격’을 하자는 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든 바늘로든 찌르자는 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산봉우리를 하나 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이 다 알게 되는데, 김정은이 그걸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다? 권위가 완전히 허물어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전면적 전쟁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미국에서 비군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군사적 해법은 어렵고 제재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도 그걸 가장 많이 물어본다. 만약 제재의 목표가 김정은이 ICBM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목표를 그리 잡으면 ‘군사적 방법이라도 동원하자’ 또는 ‘제재를 걷고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자’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굳이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설 필요는 없다. 목표와 시한을 정해두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다 초점을 두자. 북한이 설사 핵과 ICBM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북한 내부 상황 개선이나 제재 해제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서 끝내는 북한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제재는 이렇게 장기적인 데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노동신문이 떠드는 것을 보면 ‘혁명의 승리’가 눈앞에 왔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이 핵·미사일 성공을 선언한 후에도 제재가 계속돼 경제가 침체되고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면 북한사람들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정책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 상황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북한의 모든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막강한 효력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부 세계에서 보면 북한이 김정은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잘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김정은과 선원들을 보지 말고 배를 봐야 한다. 배 밑창은 이미 뚫려 물이 들어오고 있다. 북한을 목적지로는 가고 있지만 가라앉는 배로 보고 평화적으로 가라앉도록 접근해야 한다. 공격을 해서 구멍을 더 낼 것이 아니라 이미 터진 배에 물이 더 빨리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 물을 퍼내려는 선원들의 의지를 더 약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북한과 말이 통한다는 힘을 갖고 있지 않나. 북한 사람들이 미국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더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으로선 이 강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인터뷰=신석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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