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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도 교총도 싫다… ‘정치’와 거리 두는 2030교사들

김하경기자 입력 2017-07-21 03:00수정 2017-07-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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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 가입않는 젊은 교사들
“전교조〓정치적, 교총〓승진코스… 단체에 가입하면 휩쓸릴 것 같아… 교원으로서 적합한 건지 의문”
“교권향상 도움 안돼” 인식 늘어… 전교조 “하루 몇번씩 탈퇴 전화”
《 20, 30대 젊은 교사들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교원단체에 가입하면 해당 단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자신에게 덧씌워질까 두려워서라고 한다. 이들 단체가 평소 교권 신장에 도움을 준다는 인상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젊은 교사들의 생각이다. 강한 정치색, 그리고 승진에 목을 맨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젊은 교사 10명을 만나 속마음을 들어봤다. 》
 

4년 차 공립중학교 교사 A 씨는 임용된 지 얼마 뒤 같은 학교 선배 교사로부터 종이 한 장을 받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가입 신청서였다. 종이엔 교총에 가입하면 좋은 점이 쓰여 있었다. A 씨는 일단 신청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반드시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선배 교사 모르게 신청서를 휴지통에 버렸다. A 씨는 “괜히 단체에 휩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하는 젊은 교사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얼마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젊은 조합원들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탈퇴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 교사들이 교사들의 이익 대변을 외치는 두 단체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 30대 젊은 교사 10명을 만나 직접 이유를 들어봤다.



○ 부정적 이미지에 가입 주저


젊은 교사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전교조=정치적, 교총=승진 코스’라는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립중학교 1년 차 교사 B 씨는 “매스컴을 통해 전교조 선생님들의 다소 과격한 시위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봤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교원으로서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립고교 6년 차 교사 C 씨는 “승진에 관심이 많은 선배 교사들은 대부분 교총 회원”이라며 “괜히 (교총에 가입하면) 젊은 교사가 승진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비칠까 꺼려졌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기억이 전교조 가입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교사도 있었다. 공립중학교 3년 차 교사 D 씨는 10여 년 전인 고교 1학년 국사 수업 시간에 전교조 교사에게서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는 “정치적 발언이 반복되면서 거부감을 느낀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공립고교 4년 차 교사 E 씨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가 자기 주관대로 학생을 지도할 때마다 ‘그 단체에 가입해 그렇구나’라는 동료 교사들의 수군거림을 듣는다. 그는 “언젠가 교원단체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 단체에 가입했다고 주위에 밝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 “필요성 못 느끼고, 회비 아까워”


교원단체는 교사가 교권 침해를 당했을 때 돕는다. 교총은 회원에게 교권 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변호사를 선임해준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정도로 심각한 교권 침해 상황이 얼마나 발생하겠느냐’며 굳이 교원단체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공립초교 5년 차 교사 F 씨는 “교원단체에 가입한 또래 교사가 열 명 중 한 명도 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권 향상은 단체 가입보다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의 의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교원단체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내는 회비가 아깝다는 목소리도 컸다. 2년 차 공립고교 교사 G 씨는 “월급도 많지 않은 편인데 별로 득이 될 것 없는 단체에 회비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합비는 호봉에 따라 월 1만5000∼3만2000원, 교총 회비는 평균 1만 원이다.

교원단체에 대한 젊은 교사들의 무관심은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집단문화가 많이 약해졌다”며 “젊은 교사들의 교원단체 거부 현상도 그 흐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총 관계자는 “회원을 늘리려면 교원단체로서 기대에 부응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전교조#교총#교사#교권#집단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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