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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의 오늘과 내일]대통령을 공유(共有)하자

정용관 정치부장 입력 2017-05-09 03:00수정 2017-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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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정치부장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경제학 개념이 있다. 쉽게 예를 들면 여러 목동이 공동으로 쓰는 목초지에 소를 방목한다고 가정할 경우 목동 하나하나의 관점에서 보면 소를 한 마리라도 더 방목할수록 자신에겐 이득이 되지만, 모든 목동이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 그 목초지는 황폐화하고 모두가 큰 피해를 입는 결과가 된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히 특정 단위의 지역 경제나 생태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딱 ‘정부 예산’을 떠올리면 엄청난 정치 사회 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떤 이는 이렇게 가다간 목초지 전체가 황폐화하거나 정부 예산이 거덜 날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나 홀로’ 행위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다른 이도 같은 판단을 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 한 자신만 손해를 입고 바보가 되는 길을 선택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공유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수십 년간 경제학의 오랜 화두였고, 제3의 사례와 대안을 제시해 공동체의 협동 문화와 관행, 제도로 ‘공유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음을 입증한 이가 몇 해 전 타계한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1933∼2012)이다.

공유의 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중견 정치학자의 설명을 들으며 ‘권력의 공유’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5·9대선은 ‘권력의 사유(私有)’ 문제에서 비롯됐기에 정치부 기자의 관점에선 어떻게 권력을 제도적으로 공유하되 국가 전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느냐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선출된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특정 인물이기에 앞서 제도이자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 공유(共有)의 대상인 것이다. 이는 대통령이란 제도를 지구상에서 처음 창안한 미국의 건국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필자는 이해한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회의 주재자’라는 의미의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명명한 것이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우상시되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군주와 같은 대우를 마다하고 임기 두 번만 채우고 물러난 건 미국의 헌법 정신에 가장 부합한 영웅적 행위였다. 물론 요즘 미국 대통령제도도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이런 연원을 따져볼 때 우리나라에서 프레지던트를 ‘크게 다스리고 또 다스린다’는 의미의 대통령(大統領)으로 표현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용어 논란은 차치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을 조화롭게 공유할 것이냐다.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가 사석에서 “청와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와 보니 청와대 담장이 그렇게 높아 보일 수 없더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청와대 담장은 대통령을 에워싼 권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 권력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오늘 역사적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복잡한 것 같다. 일찌감치 투표를 마쳤거나 찍을 후보를 결정했다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누가 될지, 내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될지가 가장 큰 관심일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국민 각자가 말 그대로 ‘주권재민’ 의식을 갖는 것, 대통령은 최고의 공복(公僕)이자 심부름꾼이라는 점 말이다. 그러면 청와대 담장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권력 사유의 비극’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 우리 국민(We the people)은 대통령을 공유하고 함께 견제한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용관 정치부장 yongari@donga.com


#대통령#공유의 비극#경제학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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