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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악의 ‘5자 중구난방’, 文-安 양자토론 누가 피하나

동아일보입력 2017-04-25 00:00수정 201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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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5자 토론회가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채 말싸움 경연장으로 변했다. 23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첫 토론회였음에도 사상 최악의 토론회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책공약의 상호 비교는 실종됐고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은 5명 후보의 물고 물리는 입씨름 속에 파묻혔다. 이런 식의 토론회는 더는 할 필요가 없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논란과 의혹을 비켜가기에 급급했다.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시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내용을 담은 ‘송민순 문건’ 파문은 초미의 관심사였음에도 “경위를 밝혔으니 확인하고 의문이 있으면 다음 토론회에서 질문해 달라”며 빠져나갔다. “됐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죠”라며 고압적 자세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답변 대신 상대방의 약점을 갑자기 꺼내 말머리를 돌리기 일쑤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갑철수’ ‘MB아바타’ 등 토론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을 불쑥 들이밀거나 같은 내용을 반복해 콘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의 역공에 말려 자신의 약점을 해명하기에 바빴으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공세에 시간을 뺏겨 토론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5명이나 참석하다 보니 각자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토론이 편향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돼지흥분제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홍 후보는 안, 유, 심 세 후보의 사퇴 공세를 받았으나 문 후보는 언급조차 꺼렸다. 홍 후보가 사퇴하면 안 후보에게 표가 몰릴 것을 우려한 듯하다. 19일 토론회에서 문 후보와 각을 세웠다가 당 안팎의 엄청난 공격에 시달린 심 후보는 작심한 듯 문 후보를 옹호하면서 ‘문재인 킬러’로 떠오른 유 후보를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19일 토론회에서 그나마 끝장토론 분위기가 났던 데 비해 사회자가 토론 주제를 제한하는 등 너무 끼어드는 바람에 토론의 긴장도가 확 떨어졌다.


이 모든 게 5명이나 참석하는 다자 토론이기 때문이다. 문, 안 두 후보가 합의하면 양자토론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안 후보는 이미 문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제안했으나 문 후보 측은 “다른 세 후보의 동의를 받아오라”며 사실상 불응하고 있다. 대선 투표일은 딱 2주밖에 안 남았다.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후보의 양자토론을 보고 싶고, 볼 권리가 있다.
#대선 후보 5자 토론회#대선후보 토론회#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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