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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송민순 문건’ 파문, 文후보 정직성 시험대다

동아일보입력 2017-04-22 00:00수정 201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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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에 앞서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을 정리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선언 이행에 북남 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 정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북한인권결의안 찬반에 대한 반응을 북한에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9일 KBS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국정원이 북한에 직접 물어봤다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봤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부정했다. 이에 송 전 장관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했다. 청와대 마크가 찍힌 이 문서는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 전 대통령이 그를 직접 불러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제2의 북방한계선(NLL)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6일 이미 기권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후 북한의 반응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제2의 NLL 공작’이란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NLL 논란은 공작이라고 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NLL 무력화에 이를 수 있는 서해평화지대를 적극 논의해 합의까지 한 것은 사실 아닌가. 게다가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사람을 겨냥해 ‘북풍(北風) 공작’ 운운하는 것도 생뚱맞다.

이번 문건이 사실이라면 “11월 16일 기권이 결정됐다”는 문 후보 측의 기존 주장은 사실에서 더 멀어진다.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주무 장관으로 계속 반대하자 노 전 대통령이 11월 20일 북한 측 반응을 보여주며 설득한 것이 된다. 문 후보 측은 “북한에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통보한 후 반응을 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문건은 북한의 1인칭 화법으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처럼 대부분의 표현이 향후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북 인권결의안을 가해자 집단에 물어본 뒤 기권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한 형사고발 검토 방침을 밝히고 이번 사태를 색깔론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의 대북관과 정직성에 관한 문제를 ‘색깔 공세’로 모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지율 1위인 문 후보는 문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 후보가 ‘주적(主敵) 논란’보다 더 큰 난관이라고 할 사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유력 대선 후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송민순#송민순 문건#더민주#문재인#북한 인권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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