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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호남홀대론” “부산대통령”… 文, 망국적 지역주의 되살리나

동아일보입력 2017-03-21 00:00수정 2017-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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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광주에서 “박근혜 이명박 정부 9년은 호남홀대 9년이었다”며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은 인사부터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집권하면 호남의 울분을 풀어드리겠다”며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 기록, ‘5·18 관련 자료 폐기금지법’ 제정, 에너지 관련 기업·소프트웨어 기업 500개 이전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전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문 전 대표의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들이 주체가 돼 부산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장관을 지낸 그는 이날 문재인 캠프의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문 전 대표도 참석한 행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누구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경남 남해 전통시장을 방문해 “망국적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말로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도 부산에선 부산대통령론을, 호남에선 호남홀대론을 들먹이는 것은 어떻게든 표만 얻겠다는 구태정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 선거와 부산 북-강서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지역주의 타파 정신만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을 때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서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외에 노무현 정권의 호남홀대론도 작용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보수 정권의 호남홀대론을 들고나오니 궁색하다. 특전사 시절 전두환 당시 여단장의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의 후폭풍이 커지자 서둘러 진화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박정희 정권이 사실상 조장했던 지역주의는 국민 분열의 주범이었다. 반대편 지지자를 마치 딴 나라 국민처럼 만들어버리고 호남과 TK(대구경북)에서 작대기만 꽂으면 득표가 보장되는 비정상적 정치구도가 대선 고질병처럼 계속돼 왔다. 망국적 지역주의는 지난해 총선을 기점으로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국민통합을 말하면서도 영호남의 뿌리 깊은 지역정서에 기대려는 문 전 대표는 역사를 되돌리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호남#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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