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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의 오늘과 내일]조기 대선, 국무총리를 러닝메이트로 뽑으면?

정용관 정치부장 입력 2017-01-31 03:00수정 2017-01-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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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정치부장
 설 연휴 기간 접한 날것 그대로의 민심은 두렵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했다.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의 숨은 결사대를 자처한 어떤 이는 “해방전후사를 읽어봐라. 우익의 본질은 테러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기각? 주말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여한다는 다른 이는 “청와대 담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수의를 입혀 감방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쫙 갈라진 양 극단의 주장에 “헌재 판단에 맡기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대로 승복하는 게 법치의 기본”이라는 목소리는 설 자리가 없었다. “탄핵이 인용돼도 걱정, 기각돼도 걱정”이라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답답한 나머지 몇 가지 정치적 상상을 해봤다. 예컨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고 기각 결정과 동시에 박 대통령은 하야 선언을 하고 물러나는 시나리오는 어떨까.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상황만 놓고 보면 여의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만 입증돼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반론도 있다. 다만,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국민 통합 능력과 신뢰를 심각하게 상실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니 지난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언급했던 대로 자진 사퇴를 선언하고 조용히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정리될 거였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것만이 생의 목표”라고 밝힌 박 대통령의 최근 보수 성향 인터넷TV 발언을 보면 탄핵을 반드시 기각시켜 임기를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나 언론이 과잉된 게 있어서 혹시 탄핵이 기각되면 바로잡혀야 되겠느냐’는 물음에 “네. 국민이 좀 건전하게 나가야 되겠다 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서 좀 더 발전한 나라로 만들어가지 않겠느냐”라고 답하기도 했다.

 탄핵 결정 후폭풍은 피할 길이 없을 것 같다.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 정치권은 조기 대선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공동정부나 연정, 결선투표제 도입, 후보 단일화 등의 시나리오가 난무하지만 대부분 누가 권력을 잡느냐의 정치공학일 뿐 갈가리 찢긴 나라를 치유하고 통합하겠다는 진정성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해서, 이런 상상도 해봤다. 국무총리를 러닝메이트로 함께 뽑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 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 등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언제든 총리를 해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총리에게 ‘맨데이트’(선거에 의해 주어지는 권한)를 부여해 제왕적 대통령도 견제하고 통합의 계기도 만들자는 얘기다. 다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소야대 정국하에서 새 대통령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보궐선거일 경우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이 즉각 임기가 개시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헌법 체계에선 정치적으로 총리 후보자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할 수는 있어도 그 지위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다만, 각 대선 후보가 동등하게 러닝메이트 지명을 통한 연정이나 공동정부를 약속하고 대선 후 즉각적으로 국회 동의를 해주기로 서로 국민 앞에 약속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김황식 전 총리는 아예 대선 전 개헌을 통해 ‘선출직 국무총리’를 제도화하자고 주장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연정을 실시하고 새 정부 임기 초반 자연스럽게 개헌을 추진하면 한 시대를 매듭짓고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헌법을 뛰어넘는 발상일지 모르나 파괴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때인 건 분명하다.

정용관 정치부장 yongari@donga.com



#조기 대선#탄핵#국무총리#러닝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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