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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의 오늘과 내일]질서 없는 조기대선, 불확실성을 걷어내자

정용관 정치부장 입력 2017-01-03 03:00수정 2017-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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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정치부장
 언제 투표가 실시될지도 모르는 ‘2017 대선의 해’를 맞았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 현재로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누군들 100% 단정할 수 있겠는가. 헌재가 특검 수사 종료 후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마무리 전인 3월 초순 탄핵심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5월 초 대선설이 나오지만 유력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탄핵이 인용된다 해도 끝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직접 뇌물죄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하라는 목소리가 분출할 가능성도 높다. 대선을 코앞에 둔 각 정파는 수의를 입은 박 대통령의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게 대선에 유리할지 불리할지 주판알을 튕기려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새누리당이나 중간지대로 나간 비박(비박근혜) 진영까지도….

 박 대통령은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합병 뇌물 수사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건 자업자득이다. 여기서 지겹더라도 ‘최순실’이란 이름 석 자를 다시 한 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인(知人)일 뿐”이라고 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한 대사가 떠올랐다. ‘속삭임의 대가’라는 별명처럼 권모술수에 능해 국왕의회의 의원까지 오른 내시 바리스가 난쟁이 악동 티리온 라니스터에게 알 듯 모를 듯한 수수께끼를 던지며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고 묻는다.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바리스가 답을 말한다. “권력은 사람들이 그것이 있다고 믿는 곳에 있다.” 박 대통령만 빼고 김기춘이든 안종범이든 정호성이든, 다들 그렇게 믿었던 거다.

 새해 첫날 TV에 비친 박 대통령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았다. 각종 의혹에 “어이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리적으로’ 하나하나 따져 탄핵 심판에 대응하겠다고 마음을 정리한 듯했다. 그러나 한 전직 장관은 “법은 정치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로 작금의 상황을 분석했다.

 고도의 정치적,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하는 탄핵 결정이 언제 나올지,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헌재에 맡기면 된다. 문제는 정치다.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질서 없는 조기 대선’을 ‘질서 있는 조기 대선’으로 전환해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대목에서 개헌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30년 묵은 1987년 체제의 극복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부인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촛불 에너지를 7공화국 체제로의 전환으로 승화시키자는 목소리에도 공감한다. 문제는 시기와 절차다. 조기 대선 전 개헌은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한 원로 정치학자는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학 입시와 취업을 동시에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차라리 차기 대통령이 개헌을 반드시 이행할 수 있는 법적 담보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다. 단 1%만 이겨도 100% 승자독식을 하는 권력 구조가 문제라면 장차 개헌에 앞서 연정(聯政)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분권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는 건 어떤가? 또 하나. 올 상반기 조기 대선을 전제로 역산하면 지금쯤 각 당의 후보가 이미 정해졌거나 한창 경선에 돌입했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후보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고스란히 유력 주자들에 대한 검증 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준비가 덜 돼 있는 대선 주자들은 거취를 서둘러 정리해 주는 게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용관 정치부장 yongari@donga.com



#조기대선#헌법재판소#박근혜 탄핵#최순실#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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