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 몸 결함투성이? 생존 투쟁서 얻은 영광의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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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몸 오류 보고서/네이선 렌츠 지음·노승영 옮김/304쪽·1만7000원·까치

5남매의 아빠이자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 이동국 선수와 브라질의 전설적인 골잡이 호나우두에겐 공통점이 있다. 선수생활 중 무릎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끔찍한 부상을 겪었다는 점이다. 매일 운동으로 단련된 선수들이 왜 이런 부상을 당했을까.

뉴욕시립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원래 인간의 몸이 결함투성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네 발 걸음을 하던 인류는 600만 년 전부터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몸의 하중을 오롯이 두 다리가 떠안기 시작했다. 애초 4개였던 하부 구조가 2개로 바뀌면서 다리의 근육만으로는 몸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다. 이에 다리뼈도 함께 역할을 분담했는데 이로 인해 뼈를 붙잡아두는 십자인대가 예상치 못하게 손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것이다.

책에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나 ‘복잡성의 위대함’ 같은 인간의 몸을 찬양하는 수식어는 전혀 없다. 그 대신 우리 몸의 결함에 주목한다. 걸핏하면 발목에 접질리고, 다른 동물에 비해 유독 임신이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는 기억처럼 인체의 부족한 능력을 치밀한 과학 지식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인간의 몸에 있는 수많은 설계 결함은 위대한 생존 투쟁에서 얻은 상처”라며 결함을 이해할 때 오히려 인체의 온전한 모습에 다가설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상의 현상을 과학적 설명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가을이면 건조한 날씨로 인해 코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그런데 인간을 제외한 대다수 포유류 동물들은 코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먼지가 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부비동’의 위치가 코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력과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점액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쉽게 병이 생기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힘겨운 사람이라면 인체 진화의 실패를 원인으로 돌려도 좋다. 살이 쉽게 찌고, 어렵게 빠지는 성향은 260만 년 전 홍적세에 살던 인류의 몸에 뿌리가 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에는 탁월한 진화의 결과였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인류의 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우리몸 오류 보고서#네이선 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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