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 총리와 오찬 회동 트럼프 “흥미로운 회담… 매우 잘될것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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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켈리-볼턴 등 총출동… “싱가포르 환대-전문성-우정 감사”
트윗도 자제하고 회담 준비 몰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을 제외한 공식 외교활동을 자제했다. 전날 오후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한 이후 평소 모습과는 달리 거의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미국 대표단들은 이날 내내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온전히 12일 김정은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는 데 전력을 쏟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처음으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나섰다. ‘비스트(짐승)’로 불리는 전용차 ‘캐딜락 원’을 타고 30여 대의 경호 차량 호위를 받으며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 도착해 리 총리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여기엔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내일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회담을 할 예정이다. 내 생각엔 (회담이) 매우 잘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어 “싱가포르의 환대와 (회담 준비의) 전문성, 우정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른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14일이지만 싱가포르 측은 이날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형 케이크를 선물하며 미리 축하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돌아와 주싱가포르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을 초청해 격려 행사를 가졌다.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마지막 공개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메시지도 자제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식 일정에 들어가기 전인 오전 7, 8시 전후 트위터 메시지를 즐겨 올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를 넘겨 트위터로 첫 메시지를 내놨다. 전날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 주요 7개국(G7) 회의 도중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판하는 트윗을 올린 지 정확히 26시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어 4개의 트윗을 올렸지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에 있어서 좋다. 흥분된 분위기(excitement in the air)”라는 간단한 메시지 외에는 말문을 닫았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로키(low-key)’ 행보는 G7 정상회의와 18시간이 넘는 비행에 따른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핵 담판에 적지 않은 무게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와 관련해 그가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북핵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0대 시절 다녔던 뉴욕 군사학교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960년대 초 핵전쟁 가능성이 고조됐던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에서 세계관이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친구들은 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영웅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70년이나 지난 6·25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밝힌 게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의 역사의식을 갖고 한 말이라는 얘기다.

싱가포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미 정상회담#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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