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둥굴레, 거기 있었구나!… 경기도 민통선이남 첫 생태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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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평화누리길 주변 조사 완료
멸종위기 두루미, 까막딱따구리 등 조류 96종 2만8900여 개체 발견
식물은 희귀종 33종 등 731종 서식
동식물 분포, 민통선 안과 큰 차이 없어

멸종위기 2급 까막딱따구리
멸종위기 2급 까막딱따구리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비무장지대(DMZ)에서 멀지 않은 민통선 이남 지역 자연환경 생태조사에 나섰다. DMZ와 민통선 지역은 희귀종 및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통선 밖 경기북부 지역의 생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은 연천과 파주 김포 고양 4곳이다. 민통선을 따라 트레킹 코스로 조성한 경기도 평화누리길 191km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평화누리길 주변의 다양한 생태계 정보를 알려주고 생태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연천을 조사한 데 이어 올해는 파주, 내년에 김포와 고양을 조사한다.

연천은 조사 대상 4곳 가운데 종(種)이 가장 다양하고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연천지역 조사는 민간 DMZ생태연구소가 4계절 63회 진행했다. 19일 ‘연천 평화누리길 생태자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을 뛰어넘는 생태계가 이 지역에 펼쳐져 있다.


조사 결과 연천지역 평화누리길(총 67km·황포돛배∼숭의전지∼주상절리∼군남홍수조절지∼신탄리역) 주변에서는 식물 115과(科) 383속(屬) 731종이 발견됐다. 자생식물 619종, 귀화식물 66종, 재배식물 46종이었다. 이 중 희귀식물은 33종이었다. 한국이 원산지이거나 주요 서식지인 특산식물은 16종이 발견됐다.

멸종위기 2급인 분홍장구채 층층둥굴레 가시오갈피나무도 있었다. 분홍장구채는 민통선을 포함해도 그동안 좀처럼 발견되지 않은 종이다. 나도하수오 삽주 현삼 우산나물 등은 지역특산 약용식물로 활용성이 높다. 망곡산 자작나무숲은 경기 일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능선과 골짜기 전체를 덮고 있어 숲 체험과 수액 채취 등으로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조류는 14목(目) 65속 96종, 2만8900여 개체가 발견됐다. 멸종위기 1급인 두루미(198개체)와 흰꼬리수리(4개체)가 있었고,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 재두루미 뜸부기 까막딱따구리 독수리 새매 붉은배새매 수리부엉이 무당새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겨울철새 주요 관찰지로 호로고루성과 사미천∼비룡대교 지역, 빙애여울을 꼽았다. 특히 빙애여울은 옥녀봉에서 바라보면 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 청둥오리 독수리 큰고니 등 다양한 철새와 환상적인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군남댐 위와 연강나루길 옥녀봉 인근 언덕에서도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여름철새 관찰지로는 번지점프장∼사미천하구(꾀꼬리 파랑새 알락할미새 등)와 군남배수펌프장(뜸부기)이 있다. 백학저수지는 대규모 백로 번식지다.

포유류는 족제비 고라니 너구리 두더지 멧돼지 오소리 삵 등 7종이 확인됐다. 특히 멸종위기 2급인 삵은 전역에서 발견됐다. 최상위 포식자 삵이 발견된 것은 평화누리길 전체의 생태계가 건전하다는 방증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은 “동식물 분포를 보면 민통선 안쪽과 비교해 종의 차이는 거의 없었고 단지 개체수가 적었을 뿐”이라며 “민통선에서 연천 평화누리길로 이어지는 생태축이 상당히 우수하고 가치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dmz#민통선#희귀종#멸종위기종#동식물#생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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