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수원의 봄이 기대되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17일 05시 30분


KBO리그의 ‘10번째 심장’을 표방한 KT가 연고지 수원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1군에 진입한지 4년째인 올해는 출발이 좋다. 홈구장 KT위즈파크를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동아DB
KBO리그의 ‘10번째 심장’을 표방한 KT가 연고지 수원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1군에 진입한지 4년째인 올해는 출발이 좋다. 홈구장 KT위즈파크를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동아DB
현대와 두산이 격돌한 2000년 한국시리즈는 꽤나 치열하고 흥미진진했다.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이 나올 뻔했다. 1~3차전에선 현대, 4~6차전에선 두산이 웃었다. 그해 11월 7일 수원구장에서 운명의 7차전이 펼쳐졌다. 익히 알려진 대로 최종 승자는 현대였다. 외국인선수 톰 퀸란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두산을 6-2로 누르고 1998년에 이어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날 수원구장은 뜨거웠던 시리즈 분위기와는 달리 몹시도 추웠다. 초겨울의 칼바람이 그라운드는 물론 관중석 곳곳을 휘감았다. 공식 집계 관중은 1만4000명 만원이었지만, 차디 찬 날씨 때문인지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꼭 그날의 파편화된 기억 때문만은 아닐 듯하다. 그 시절의 수원구장은 계절의 흐름과 무관하게 대개는(또는 일상적으로) 썰렁했다.

수원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당시 현대 유니콘스. 사진제공|현대 유니콘스
수원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당시 현대 유니콘스. 사진제공|현대 유니콘스

● 홈팬 없던 수원구장의 비애

당초 인천을 연고로 출발했던 현대 유니콘스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수원구장을 임시거처로 사용하다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 입성을 도모했지만, 모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돼 수원에서 더부살이를 거듭하다가 문을 닫고 말았다. 수원시민들에게는 뜨내기나 다름없었던 팀이 현대다. 수원구장은 중립지대에 지나지 않았고, 홈팬들이 없는 기형적 구조의 부산물이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현대가 머문 8년간 수원구장의 관중은 매년 경기당 2000명 안팎에 불과했다. 그 기간 현대는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나 우승하는 등 KBO리그 역사상 최강의 팀 가운데 하나로 군림했지만, 수원구장의 관중은 해마다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로만 국한해도 수원구장에서 벌어진 2000년 1차전(6157명)과 2차전(4565명), 2003년 2차전(7514명)은 역대 최소관중 1~3위로 남아있다(수원구장에선 한국시리즈 총 8경기가 열렸다. 모두 8만2493명, 경기당 1만312명이 입장했다).

KT 강백호는 ‘슈퍼루키’라는 기대에 걸맞은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홈런 5개를 터트리며 올 시즌 초반 KT의 약진에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는 ‘슈퍼루키’라는 기대에 걸맞은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홈런 5개를 터트리며 올 시즌 초반 KT의 약진에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KT위즈파크에 감도는 봄기운

그런 수원구장이 환골탈태해 올해 들어선 제법 따뜻한 봄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KT위즈파크로 개명하고 낡은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본 덕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한국프로야구의 ‘10번째 심장’을 표방한 KT가 올 봄을 요란하게 열고 있어서일 듯하다. 거물 FA(프리에이전트) 황재균은 팀을 대표할 스타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슈퍼루키 강백호는 놀라운 속도로 프로에 적응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분명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팀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이처럼 희망의 기운이 강한 만큼 올해 KT위즈파크를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홈에서 5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지금까지는 경기당 1만5000명 가까운 관중(1만4827명)이 찾았다. KT가 1군에 진입한 2015년에는 경기당 8964명이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9478명과 9535명으로 소폭 증가했으니 올해는 1만명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야구도시’ 수원을 볼 수 있을까?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는 15일로 92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벚꽃이 피고 지는 동안 변덕스러운 날씨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야구를 향한 팬들의 사랑과 열기를 꺾진 못한 듯하다. 물론 아직은 모른다.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넘어서려면 소위 ‘엘롯기’로 통칭되는 인기구단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특히 시즌 초반 의외로 부진한 롯데와 KIA의 분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올해는 막내구단 KT가 KT위즈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 속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자리 잡은 구단답게 연고지 수원을 야구의 도시로 면모시키며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본다. 고달픈 원정 6연전을 마치고 17일부터는 안방에서 대포군단 SK를 상대한다. 지난 주말 잠실에서 LG에 스윕을 당한 직후 강팀을 만나는 만큼 어쩌면 시즌 첫 고비일지도 모른다. 홈팬들의 성원이 지친 KT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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