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사 꿈꿨던 다윤이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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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중 두번째 확인… 친구 구조 돕느라 못 빠져나와
수습된 다른 유골도 DNA 분석중

세월호 3층 객실 중앙부에서 발견된 유골은 유치원 교사를 꿈꿨던 경기 안산 단원고 허다윤 양(당시 17세·사진)으로 확인됐다. 미수습자 9명 중에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17일 단원고 고창석 교사에 이어 두 번째다.

해양수산부는 16일 오전 8시 30분쯤 3층 객실 오른쪽(3-6구역)에서 수습한 치아와 치열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법의학 감정을 실시한 결과 허 양과 일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구역에서는 14일부터 치아 등 유골 49점을 수습했다. 이번 감정은 법의관이 육안과 방사선 검사로 허 양의 치과진료기록부와 치과방사선 사진 사본 등의 자료와 비교분석해 유전자(DNA) 분석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해당 구역에서 발견된 다른 유골에 대해서는 DNA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허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53)는 확인 소식에 “다윤이가 오랫동안 교정을 받아 예쁜 치아가 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였다. 또 “수학여행 때 놔두고 간 치아교정기를 목포신항 내 임시숙소에 보관하고 있다”고도 했다.

허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참사 직후부터 전남 진도군 팽목항 컨테이너에 머물면서 실종된 딸을 간절히 기다렸다. 박 씨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딸이 바닷속에 있는데 병원에 누워 있을 순 없다”며 수술을 미뤘을 정도다.

아버지 허 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색작업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유해를 아직 다 못 찾은 만큼 수색작업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장례 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도 세월호 선체 수색작업이 끝날 때까지 모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허 양은 중학교 때부터 학교나 교회 봉사활동을 즐겨 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을 좋아해 어른이 되면 유치원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이런 성품은 사고 때도 드러났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허 양이 참사 당시 배에서 뒤늦게 빠져나온 친구 한 명을 먼저 헬기에 구조되도록 돕느라 정작 본인은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버지 허 씨는 “다윤이가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을 생각해 한 번도 용돈 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허 양은 애초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모들이 모아준 돈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됐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목포=이형주 기자
#세월호#미수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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