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접근땐 ‘삐뽀삐뽀’… “가족 지키려” 아빠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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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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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지니어 홍광의씨 ‘성범죄자 경보기’ 발명… 12월 시판

홍광의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전자발찌 디텍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접근하면 사이렌이 울리면서 “위험 인물이 접근했습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홍광의 씨 제공
홍광의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전자발찌 디텍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접근하면 사이렌이 울리면서 “위험 인물이 접근했습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홍광의 씨 제공
오죽하면 이런 기계까지 나왔을까.

갈수록 흉포해지고 끝 간 데를 모르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력자가 접근하면 경보음을 울리는 기계가 발명됐다. 일명 ‘전자발찌 디텍터(탐지기)’라 불리는 이 장치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력자가 30m 이내로 접근했을 때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를 울린다.

탐지기를 발명한 홍광의 씨(43)는 “흉악한 성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분노가 치밀었다”며 “어떻게 하면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기계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공학 엔지니어로 군 관련 정보보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 주파수 활용한 디텍터 개발


탐지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성범죄 전력자들이 차고 있는 전자발찌는 6초마다 고유 주파수를 관제센터에 보낸다. 이 전파를 감지하는 것. 이미 개발이 끝나 다음 달이면 온라인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홍 씨는 먼저 정부가 내놓은 전자발찌 시스템부터 분석했다. 두 달 동안 연구해 기존 1∼3세대 전자발찌와 달리 현재 성범죄자들이 차고 다니는 4세대 전자발찌는 일정 간격마다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자발찌에서 나오는 특정한 주파수를 분석해 디텍터가 이를 읽어내도록 설계했고, 이달 7일 드디어 테스트 버전이 탄생했다.

제품 개발은 끝났지만 문제는 ‘실전 테스트’였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를 쉽게 찾을 수가 없으니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길이 막막했다. 고민 끝에 홍 씨는 보호관찰소 앞에서 ‘잠복실험’을 시작했다. 보호관찰소에서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데다 발찌 부착자들이 이곳에 자주 드나든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보호관찰소 가까이 접근하자 경보음이 울렸다. 홍 씨는 성공을 기뻐하며 이 제품을 아내와 네 살 아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줬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법률 검토를 거쳤고 법무부로부터 위치추적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판단을 들은 만큼 상용화되는 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위치추적법은 민간인이 위치추적 장치를 개발하는 데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처벌 근거가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타인의 위치 정보를 도용하거나 정보통신 기기 복제를 제한해 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저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권 침해 우려 해결해야


사실상 판매만 남겨뒀지만 홍 씨에게 걱정이 남았다.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단지 지나만 가는데 경보가 울려 주변에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알리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

이 때문에 홍 씨는 집이나 유치원, 놀이터 등에만 고정해 쓸 수 있게 전원 플러그를 꽂아야 작동하는 ‘고정형’만 선보일 계획이다. 원래는 휴대용 기기 형식으로 가지고 다니며 쓸 수 있는 충전식 소형도 만들고 탐지 반경을 넓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범죄자라도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어린이들이 있는 놀이터나 학교 등지에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100m 이내에 접근할 때 경보가 울리게 했다.

홍 씨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선의로 만든 제품인 만큼 앞으로 이용하게 될 사람들이 꼭 필요한 곳에만 적절히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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