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싱가포르회담서 한미훈련 중단 요구… 트럼프가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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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합의 이후]北매체 보도… 훈련중단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격 중단 발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13일 밝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훈련 중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쌍중단 요구 수용한 트럼프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북-미 정상 간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며 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했다. 심지어 표현도 노동신문 보도와 비슷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이 요구해 왔던 ‘쌍중단(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단의 전제조건이 ‘선의(good faith)’의 협상임을 강조했다. 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자진 신고와 핵무기 반출 준비 등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를 구두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미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막 귀국했다”면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로웠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 북-미 빅딜로 한국 안보 패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검토하고 이를 한국과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를 더욱 원활히 진전시킬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 수용 입장을 밝혔다.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이 당장 중단되거나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유로 훈련 비용을 내세운 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훈련을 ‘값비싼 워게임(War-game)’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핵우산이나 주한미군 등을 놓고서도 ‘빅딜’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요구한 쌍중단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역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일 안보협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은 동아시아 안전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적어도 아직 동아시아에는 갖가지 불안정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 / 조은아 기자
#북미 정상회담#비핵화#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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