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전 깜짝 밤나들이를 나섰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단순히 외교적인 수사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속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 개방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하이 주식시장을 시찰했을 때에는 북한이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들 했죠. 또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게 베트남을 롤모델로 제시해 화제가 됐습니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이런 발언 등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깊이 학습하지 않은 방증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저도 주기자의 시각이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7월11일자 주성하 기자 칼럼 - 베트남은 북한의 롤모델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선 경제도 정부가 주도권을 가집니다. 정부가 직접 경제영역을 일일이 관리하고 통제하죠. 싱가포르 최대 기업인 국영투자회사 ‘테마섹’의 CEO는 리 총리의 부인 호칭 여사입니다. 독점권을 가진 주요 국가기업들 수장을 죄다 리 총리 일가와 친인척이 맡고 있는 구조지요.
김 위원장은 북한을 ‘가난한 나라’라고 지칭했다고 하죠. 권력은 대물림해왔는데 아뿔싸, 가난까지 대물림했다는 하소연일까요. 반대로 부를 대물림할 수 있다면요? 북한의 경제발전이 본인의 자산형성과 직결 된다면요?
일단 본인이 직접 주도해 토목, 건설, 통신, 철도, 발전, 제철, 정유, 광산 등 기간산업 분야부터 정부투자기업을 세우고 독점권을 주면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하겠죠. 그 뒤 싱가포르처럼 각 주요기업 실권수장으로 친인척을 대거 앉히는 겁니다. 북한 경제의 절반 이상을 김씨 일가가 장악하는 상황도 가능합니다.
대개 독재자들은 정치권력만 갖고 경제권은 시장에 넘긴 상태에서 통제하고 장악하려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아예 경제권까지 완벽하게 통째로 소유하는 셈입니다. 한반도 북쪽의 완벽한 주인이 되는 거죠. 할아버지가 창업했으나 진즉에 부도난 가업을 벌떡 일으켜 세우는 3세 오너로서, 모든 것을 소유하는 절대주인이 되는 꿈. 자신과 친인척이 곧 정부이자 기업이 되고, 국가가 곧 자신이 되는 나라. 인민은 생계를 보장해 주는 대신 철저히 통제하되, 자신과 일가는 세습은 물론 완전한 부와 자유를 누리는 나라. 그러면서도 싱가포르만큼 야경이 멋진 폼 나는 나라.
이상 어설픈 사진기자의 헛된 상상이었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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