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부는 ‘특허 코리아’… ‘지식재산 행정 한류’ 물꼬 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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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개청 40주년… UAE 수출 특허행정시스템 시범 운영

특허청에서 파견된 김용웅 과장(오른쪽)이 특허청 두바이 사무소에서 아랍에미리트 경제부 특허국 직원들에게 한국형 특허행정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특허청에서 파견된 김용웅 과장(오른쪽)이 특허청 두바이 사무소에서 아랍에미리트 경제부 특허국 직원들에게 한국형 특허행정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한국의 특허행정 시스템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450만 달러(약 51억 원)에 수출됐다. 특허청 직원들이 현지에 파견돼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UAE의 특허 관련 민원인들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특허 업무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신속히 처리되는 색다른 체험을 하고 있다. UAE 정부 역시 시스템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바로 파악이 어려웠던 기술 분야별 특허출원 현황이나 당일 자국민 특허건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UAE 정부, 온라인 특허 시스템에 감탄

술탄 알 만수르 UAE 경제부장관은 2월 시범 운영 현장을 방문한 뒤 “아랍권 국가들이 UAE를 통해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두바이 현지에서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 특허청의 김용웅 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9월경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UAE는 한국의 도움을 얻어 2021년까지 중동의 지식재산권 중심지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행정 한류는 특허청이 1999년 특허행정 전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전산화한 뒤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 노하우를 쌓아온 결과다. 특허청은 현재 UAE에서 특허심사도 대행해주고 있다. 2014년 특허심사관 5명이 이 나라에 파견돼 특허심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3년 계약의 이 업무는 최근 UAE의 요청으로 2020년까지 늘어났다. UAE에서는 연간 1500여 건의 특허가 출원되지만 자체 특허심사 조직이 없어 한국 심사관들이 처리한다. 특허청은 UAE의 특허심사 조직 설립과 관련법 및 제도 개선, 심사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지재권 전략 수립을 위한 종합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국가혁신을 준비하는 UAE의 전략적 동반자로 일하고 있다”며 “자원 등 전통 산업에 머물렀던 아랍 국가와의 관계를 지식재산 서비스 분야로까지 확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의 핵심 국가인 UAE를 통해 특허 시스템의 경제적 효과를 입증하면 다른 중동 국가들도 우리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인 만큼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경쟁력’ 박사학위 26% 최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지식재산 5대 강국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강국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77년 개청 당시 2만5000여 건에 불과하던 산업재산권 출원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46만여 건으로 약 18배로 증가했다. 2015년 기준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4위다. 국제특허출원(PCT) 순위는 5위이며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는 당당히 세계 1위다.

특허심사 처리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다. 1990년대 39개월이던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평균 10개월 수준으로 단축한 결과다. 개청 당시 277명이던 특허청 인력은 현재 1600여 명으로 6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질적 성장도 거듭했다. 직원의 72%가 5급 이상이며 박사학위 소지자는 전체의 26%(435명)로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비율이 높다.

○ 특허원 시절, 저작권까지 총괄

국내에서 특허와 관련된 전문 조직이 처음 거론된 것은 1882년 실학자 지석영이 고종에게 올린 상소문에서였다. 그는 상소문에서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하나의 기구를 설치해 새로운 서적을 구입하고 각국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기기를 도입,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구상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지만 지금 봐도 놀랄 만큼 구체적이고 실행방안을 갖추고 있었다. ‘젊은이들을 선발해 과학기술 교육을 받게 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거나 발명한 자에게 전매특허권을 주어야 한다. 서적 저작자에게 출판권을 주어 과학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후 일본이 1908년 한국특허령 칙령을 공포 시행해 처음으로 특허 관련 조직을 발족했다. 1945년 광복 후 미 군정 시절 특허원이 창설됐고, 1948년 정부조직법이 제정돼 특허행정은 상공부 특허국에서, 저작권 업무는 공보처에서 다뤘다. 1977년 3월 특허국이 특허청으로 확대 승격됐는데, 이는 1970년대 경제발전으로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어 1979년 세계지식재산기구 설립협약, 1980년 파리협약, 1984년 특허협력조약(PCT), 2003년 상표법 조약, 2003년 마드리드 의정서 등 국제조약에 가입했다.

특허청은 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옮긴 뒤 이듬해인 1999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기반의 전자출원 시스템인 ‘특허넷’을 개통했다.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 특허출원과 등록 열람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차장은 “개청 당시 5억 원 수준이던 예산이 올해는 5500억 원으로 늘어났고,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조직 운영에 자율성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지식재산 심사와 심판 창출 활용 보호 등의 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여 지식재산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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