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은 무역전쟁과 北 비핵화 연계시키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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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방북을 마치고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공개적인 외교석상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중단하라”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당신들은 우리와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이 지난달 말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 전략폭격기의 비행훈련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베이징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왕 부장은 김정은을 만난 결과를 통보하고 북핵 문제 협조를 구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 협력의 기본 바탕”이라며 “중국은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무역 등에서 계속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온다면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앞으로 대북 영향력을 무기로 독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이런 대립이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을 비핵화 이행 궤도로 견인해야 할 결정적 시점에 벌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미 2차 정상회담,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 주요 이벤트들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엇박자를 내면 한반도 문제 해결 로드맵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미 유엔에선 중국,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모스크바에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참가한 가운데 북-중-러 3자 회담이 열렸다. 조만간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열강들의 견제 구도를 이용해 비핵화 진행을 더 더디게 만들 우려가 있다.

미국도, 중국도 무역전쟁 등 다른 이슈를 비핵화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자 북-중 국경지역의 제재를 느슨하게 푼 데 이어 외교부장의 입으로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북핵 협력의 바탕”이라고 한 것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북한 비핵화는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를 자국의 외교안보 이익보다 후순위에 둬 왔으며 그런 태도가 핵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구멍을 내왔던 게 사실이다. 미중 양국은 국제사회의 단일 대오가 북한의 비핵화 완료 때까지 강고하게 유지될 것임을 분명하게 해서 김정은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
#신냉전#무역전쟁#비핵화#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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