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 재판거래 의혹’ 압수영장 또 무더기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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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대법관 등 압수수색 불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지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해 청구한 영장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법원이 전·현직 법관들에게만 영장 발부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9일 강제징용·위안부 민사소송에 관여한 전·현직 주심 대법관, 전·현직 재판연구관들의 보관 자료, 또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된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 10여 건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직후 영장전담판사의 실명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내용, 기각 사유 등을 취재진에게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강제징용 소송과 법관 해외 파견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뒤 문건을 작성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사무실에 대한 영장이다. 박 부장판사는 “상관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두 번째로 강제징용·위안부 소송에 관여한 전·현직 주심 대법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기각했다. 세 번째로 강제징용 사건을 담당했던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영장은 “사건을 검토했을 뿐”이라는 이유를 댔다. 마지막으로 법관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된 자료에 대해서는 “대상 법관이 직접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하면 위 법관들의 동의를 얻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판사 인사 자료가 임의 제출 대상이 아니라며 검찰에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검찰에서는 “임 전 차장만 수사하라는 것이냐” “법원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냐”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앞서 지난달 31일 검찰은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과 외교부 등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법원행정처 영장에 대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일 기각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영장은 검찰이 청구한 대로 모두 발부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속 자료를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USB메모리 속 자료가 징계 사안에 해당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검찰 측에 구두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고, USB메모리 자료를 넘기면 증거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 거부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소송#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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