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경수 “산채서 경공모 조직도 보여줘… 킹크랩 시연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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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서 2016년 출판사 방문 진술… 14시간 30분 조사내내 혐의 부인
“하루만에 질문 마치기 어려웠다”… 특검, 9일 오전 재소환 예정

“2016년 11월 9일 출판사에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 등이 빔 프로젝트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조직도를 보여주며 소개해줬다. 하지만 ‘킹크랩’(댓글 여론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시연은 없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6일 오전 9시 반부터 14시간 30분 동안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는지는 특검팀이 김 지사의 네이버 업무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특검팀은 김 씨의 댓글 여론 조작에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보고 있지만 김 지사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는 특검에서 2016년 11월 9일 당시 김 씨의 사무실이었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해 김 씨의 발표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발표는 경공모의 네이버 카페 웹페이지를 빔 프로젝트로 화면에 띄워놓고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가 심취해 있던 자미두수(紫微斗數·중국의 도교에서 시작한 점술)를 설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씨가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 ‘경인선’의 조직도를 보여주며 경인선의 뜻을 ‘경공모 인터넷 선플단’에서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로 바꿨다는 소개도 있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김 씨가 보여준 내용 중에 킹크랩 시연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킹크랩 시연 때 김 지사가 앉은 자리와 몸짓 등에 대한 김 씨와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 김 지사 측은 “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지사가 보여준 연속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주장하려면 킹크랩이 어떻게 자동으로 댓글 공감 클릭 수를 올리는지 복원해 보여줘야 하는데, 특검팀 조사 때 킹크랩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지사가 문 대통령 관련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보내주면 김 씨가 댓글 작업을 하라고 경공모 킹크랩 핵심 실무자들에게 지시한 정황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댓글 작업 여부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가 지난해 1월 김 씨에게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자문했고 김 씨의 의견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 반영됐다는 의혹을 두고 김 지사는 “김 씨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적 지지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조언을 구했으며, 김 씨와의 관계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9일 오전 김 지사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상융 특검보는 7일 “특검팀이 준비한 A4용지 100쪽 분량의 질문을 하루 만에 마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가 수용해 밤 12시부터 조사확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조서만 4시간 가까이 검토한 뒤 오전 4시쯤 취재진에게 “(특검에서) 유력한 증거나 그런 게 확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지사는 7일 오후 페이스북에 ‘장미꽃과 가시’라는 글을 올려 “가시밭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꿋꿋하고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적었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동혁 기자

#김경수#경공모 조직도#킹크랩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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