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미흡 인정한 靑 “국회가 문제 지적땐 지명 철회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강경화 임명 강행하며 유화 메시지

외교장관 임명장 수여식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서로 맞절을 하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강 장관 뒤는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외교장관 임명장 수여식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서로 맞절을 하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강 장관 뒤는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인선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도 부실한 인사 검증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증이 안이해졌던 것 아닌가”라며 사실상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 참모진을 질책하기도 했다.

○ ‘강온 전략’ 택한 靑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을 임명한 직후 허위 혼인신고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한 안 전 후보자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 간 인사에 관해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며 “국정이 안정된 시기에 하는 인사와 개혁을 위한 인사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권 초 검찰 개혁에 중점을 두고 안 전 후보자를 지명한 것인 만큼 인선의 기준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문 대통령은 “목표 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에 안이해진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스스로 마음을 새롭게 일깨워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며 청와대 참모진을 우회적으로 질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안 전 후보자는) 자진 사퇴였지만 결국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고 국민과 국회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청와대가 검증 못 한 것을 국회나 국민이 지적해주면 사안을 고려해 지명 철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인사 정국에서 강경 대응을 거듭해온 청와대가 한발 물러난 것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앞둔 상황에서 야권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강행할 수 있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과 일자리 추경안 처리는 국회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강공 일변도로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무작정 ‘마이웨이’를 택하면 청와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한발 물러섰는데도 야당이 무리하게 추경 등을 반대하면 여론에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사추천위원회 부활로 분위기 반전

야당은 인사 실패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 전 후보자가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됐을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혼인무효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부실 검증’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현옥 인사수석 등 현재 청와대 인사들이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만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던 사안이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일찌감치 안 전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염두에 두면서 인사 검증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첫 낙마 사태를 겪은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에서 운영됐던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인사 체계 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인사추천위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조 인사수석이 간사를 맡고 정책·안보실장, 정무·민정·국민소통수석, 국정상황실장 등이 참여한다. 인사수석실이 추천받은 후보자를 보고하고 민정수석실 등이 참여해 검증한 뒤 최종 후보자를 추려 정밀 재검증에 들어가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소수의 후보를 놓고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약식검증을 한 뒤 1∼3배수를 추려 정밀검증을 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경찰 등 사정기관의 자료를 활용했지만 애초에 추천 인사의 수가 적었던 데다 ‘인사 속도전’을 벌이면서 검증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인사추천위 가동만으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수위도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인사혁신처 인력 등을 동원해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강경화#외교부#장관#임명#문재인#대통령#국회#임명장#수여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