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혼인’ 검증 진실게임… 안경환 “일주일전 알렸다” 청와대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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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 안경환-청와대, 엇갈린 해명

각종 의혹에 휩싸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기류는 16일 하루 종일 요동쳤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5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일부 여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안 후보자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안 후보자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에서도 임명 강행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청와대 분위기는 급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지명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2시간여 뒤, 안 후보자는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당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5일 늦은 밤까지 안 후보자 측과 기자회견문 문구를 조율하며 “청문회까지 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도하차’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16일 오전부터 청와대와 안 후보자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를 두고 “1970년대에는 남녀가 이혼할 때 여성의 혼인 전력을 숨겨 주기 위해 혼인무효 소송이 생각보다 많이 활용됐다”고 전했다. 혼인무효 소송에 안 후보자의 선의(善意)가 담겼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잠시 뒤인 오전 11시 기자회견장에 선 안 후보자는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며 ‘여성 배려’ 운운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부인했다.

청와대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두고도 양쪽은 말이 달랐다. 안 후보자는 “일주일 전으로 기억한다”며 “(의혹 사안) 대부분을 해명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이미 청와대가 관련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 6시 반경 “관련 의혹은 (전날)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발표 전에 혼인 관련한 문제를 몰랐다”며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알 수 없는 데다 판결문을 청와대가 본다면 그 자체로 법률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직접 지명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 논란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지 않도록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안 후보자도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 발표 시기는 안 후보자가 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조금 더 버텨주기를 바랐다”고 했다.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인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의혹을 알고도) 숨긴 것처럼 비쳐 사실 관계를 바로잡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여당 의원은 “안 후보자 입장에선 사실상 자진 사퇴를 택하라는 청와대의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류 변화에는 여당의 강한 반대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안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모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의원들도 저마다의 경로로 청와대에 “안 후보자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자가 사퇴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아들 관련 의혹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본인의 혼인 문제 외에 아들의 대학 진학 과정까지 논란이 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안경환#사퇴#허위혼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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