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노무현 前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 기용 놓고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칼 휘두르는 자리 안맞다 했더니 盧, 文의 균형감-통찰력 높이 평가
절대 실망 안할거라며 임명 강행”

문희상 국회의장이 19일 인터뷰에서 “헌정 사상 처음인 의미 있는 숫자(의석수)의 4당 체제에서는 협치가 숙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희상 국회의장이 19일 인터뷰에서 “헌정 사상 처음인 의미 있는 숫자(의석수)의 4당 체제에서는 협치가 숙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노무현 대통령에게 ‘저 사람을 민정수석 시켜서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큰일난다’고 반대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일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비서실 진용을 꾸릴 때 자신이 문 대통령을 민정수석으로 기용하는 데 반대했다고 털어놓았다. 문 의장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했던 인권 변호사라는 말을 듣고 만났다. 그런데 얼굴이 사슴 같고, 눈이 착해 보였다”고 했다.

그는 “민정수석은 삼국지의 조자룡처럼 쾌도난마로 칼을 휘둘러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만나 보니 ‘아이고,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 의장은 당시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이가 일곱 살 많은데 한 번도 반말을 해본 적이 없다. 두고 봐라.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득했고 결국 문 대통령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문 의장은 “그때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장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며 “하나는 극단적이지 않고 사물과 정황을 적확하게 보는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다 맞는 이야기더라”라고 했다.

자신이 겪어본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문 의장은 ‘머리형’ ‘가슴형’ ‘배(배짱)형’으로 분류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머리가 좋아서 100가지 질문에 100가지 답을 냈다. 말이 곧 글이 되는 머리형 리더”라고 평가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배짱이 좋아서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해치웠다”고 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공감 능력을 갖춘 가슴형 리더로 꼽았다. 문 의장은 “두 분 다 공감 능력이 뛰어났지만 노 전 대통령이 격정적이고 같이 분노하는 스타일이라면 문 대통령은 아프고 서운한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독거리는 능력이 유별나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리더십은 김대중 노무현 개혁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기에 최적격”이라며 “역사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이 더 오래 남을 거다. 그게 운인데 어쩌면 ‘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고 기대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효목 기자
#문재인 민정수석#균형감#통찰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