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교육대통령 김상곤’ 표절은 약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8일 2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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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장 맡아 文 보호하고 대선 비단길 깔아준 일등공신
그가 만든 교육·대학정책은 다 망한 베네수엘라와 흡사하다
교육·복지로 정치한 진보좌파… 무상교육 무상급식도 모자라 나라와 미래 추락시킬 참인가

김순덕 논설주간
김순덕 논설주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열 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3명 중 3등을 한 사람이다. 그가 2015년 혁신위원장을 맡아 만든 혁신안에 대해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보 같은 룰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개 망신을 줬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작년 4·13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 ‘진짜 진보’ 김상곤이 더 끼어들 자리는 없는 듯했다.

그가 교육대통령으로 찬란하게 부활했다.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선명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게 분명하다. “누가 진정으로 문재인을 지킨 사람이냐”고 그의 오랜 학문적 동지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했던 지지 선언을 대통령은 흘려듣지 않았다. 아무도 안 한다는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시 문 대표에게 쏟아질 포탄을 온몸으로 막았고, 소속 의원들의 기득권과 함께 자신의 의원 출마 의욕까지 내다버려 ‘문재인 대선길’에 주단을 깔아준 이가 김상곤이었다.

그렇다면 표절 문제에 매달리는 건 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그가 만든 교육 공약을 들여다보면서 뒤바뀔 세상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게 낫다. 핵심은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다.

정부가 책임지고 교육 잘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보며 공부만 잘하면 뭐하느냐고, 나는 혼자 가슴을 쳤다. 사람이 할 일을 인공지능(AI)이 다 해준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시험점수 1점 아등바등 올리는 것보다는 싫은 친구와도 잘 협력할 수 있는 소통과 연대의 능력, 공공성을 길러주는 민주적 자치공동체가 경기도 혁신학교라면 전국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외고, 자사고 같은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없애고 혁신학교로 단일화하는 건 교육독재다. 대학 서열 완화를 위해 국공립대 공동운영-네트워크 구축과 사립대 공영형 전환을 한다는 것도 혁명적이다. 민주당 공약집엔 ‘공영형 사립대 전환 및 육성’ 달랑 한 줄이지만 비리 사학에 공익이사를 보내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바꾸자는 논문을 강 교수가 2011년 발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죽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도입한 ‘자치대학’ 정책과 흡사하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왜 하필 극심한 정치·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냐고?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서기 전 김상곤한신대 교수는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이었다. 2007년 강 교수와 함께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민중학교 활동가들을 만나는 등 연구를 했고, 그해 이 나라가 언급된 ‘사회주의’ 이행(연대사회 건설) 12대 강령 시안 발표회에서 사회를 맡은 전력이 있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강령1은 그냥 시안이라고 치자. 하지만 ‘사회적 개인의 전면 발달을 돕는 교육혁명’이라는 강령11에서 학생들의 사회정치적 활동을 대대적으로 장려하고 민중자치 교육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대목에선 혁신학교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랏돈에 의존하는 대학을 개별 법인/자연인의 사유물로 방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사립대 공영화 공약으로 이어지는 논리다.

2000년대 초반 석유 값이 치솟을 때 차베스는 ‘21세기 사회주의’가 신자유주의의 대안이라며 베네수엘라를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 태세였다. 교육은 국가의 책임이니 무상교육 무상급식은 당연했다. 특히 대학 교육이 사회 변혁의 기반이라며 2003년 대학 무상교육, 2007년 무시험 입학을 시작했고 2009년 교육법은 ‘자치대학’에 부패 같은 문제가 터지면 교수 학생 직원 노동자 졸업생 등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바로잡도록 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대학 등록률이 2000년 28.3%에서 2009년 78.1%로 치솟은 건 맞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유가 폭락으로 교직원 임금이 동결되면서 교육의 질은 떨어졌고, 협동조합 등에서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바닥을 드러냈다. 대학교육이 공공선이라고 주장했던 차베스 집권 14년간 연평균 실업률은 11.6%로 남미 평균(9.5%)보다 높다. 그런데도 베네수엘라가 선거로 집권하고 개헌으로 사회주의 변혁에 성공했다며 모델로 삼는다면 나라가 뒤집힐 일이다.

청문회에서 수십 년 전 김상곤의 석·박사 논문 표절 여부를 묻는 것은 한가롭다. 또 색깔론이냐는 역공세에 넘어가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과 미래를 추락시킬 것이 뻔한 교육 공약이 왜 베네수엘라와 비슷한지, 2008년 전태일 대학 졸업식 때 총장 말씀대로 사회주의적 대안들을 모색하는 것인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김상곤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후보자#베네수엘라#김상곤 논문 표절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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