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갈길 먼 수소車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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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생산-운반-활용 기술, 아직은 걸음마 수준 머물러
내실있는 장기연구-투자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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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자동차(수소차) 논의가 뜨겁다. 탄소 배출 문제가 없고 물만 배출된다는 청정 이미지로, 일본과 유럽에서 수소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정부까지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수소 인프라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한창 발전하는 단계로 보다 내실 있는 장기 연구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수소 생산, 운반, 활용 세 분야 모두 아직 진전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이야기되는 수소차는 대부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다. 일단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인 수소가 필요하다. 현재 수소를 만드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탈수소 공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소와 함께 순도 높은 탄소도 만들 수 있지만, LNG라는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화석연료라는 자원을 소모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약점이지만, 부산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으므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현재의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쓰자는 주장도 있다. 어차피 운영하는 공정의 부산물이므로 추가 이산화탄소 배출로 볼 수 없고 발생되는 부산물도 처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는 평가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를 ‘옐로(노란색) 수소’라고 부르며 주요한 수소 공급원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의 양에는 제한이 있어 본격적인 대중화 전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은 투입되는 에너지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들어 효율성이 낮다. 현재 국내외 많은 연구자가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화학적 변환을 돕는 ‘촉매’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광수 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가 극미량의 백금을 탄소나노튜브에 입힌 촉매로 수소 생산 효율을 100배 높여 올해 7월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비록 외부 에너지를 투입하지만,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투입 에너지로 활용하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김희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연동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경제성과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운반은 의견이 갈린다. 김희탁 교수는 “수소는 크기가 가장 작은 분자로 투과를 잘해 금속에 보관할 수 없다”며 “현재 폴리에틸렌과 탄소섬유를 이용한 고분자 수소탱크로 운반하는데, 장기 저장만 아니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체에 흡착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법, 암모니아 등 다른 화합물과 결합시켜서 운반하는 등 새로운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며 “아직은 안전하고 싸게 운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폐기물로 물만 나오는 깨끗한 이미지’가 아직은 환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수소 반응으로 물만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연료전지 내부에 형성되기 때문에 전해질에 섞여 있는 상태다. 그대로 빼내면 도로에 전해질 용액을 배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역삼투압 기능의 막으로 걸러서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수소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간이 짧고 기계적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차가 우세한 측면도 많아 수소차의 우월성을 주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소차가 좀 뜬다고 무조건적인 수소차 육성 정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꾸준히 기술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수소자동차#탄소 배출#옐로 수소#수소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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