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나서 자라고 뼈를 묻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1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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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이 바다 위로 솟구쳐 제주를 만든 건 한라산이지만, 그 위에 곶자왈(용암이 흐른 암괴지대에 형성된 자연림)과 용암계곡을 만들면서 땅에 생명의 기운을 심고 키운 것은 오름이다.

오름 속에서 제주사람들은 땔감, 산나물을 얻었고 소, 말을 키웠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초의 생산지였고 한쪽 기슭에는 삶에 지친 마음과 영혼을 풀어놓는 성소가 자리 잡고 있다. 외세의 침입을 알리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민중항쟁의 거점이기도 했다. 제주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사건’ 현장이었고 일제강점기에 오름은 거대한 땅굴진지였다. 제주사람들의 피와 땀, 한이 서린 역사의 공간이다.

오름은 악(岳), 봉(峰), 뫼(山)로도 불리는 작은 화산체, 독립화산체이다. 제주에 368개 오름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화산체가 많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260여 개보다 많다. 제주사람들이 ‘굼부리’로 부르는 분화구는 화산폭발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분화구 형태에 따라 원형, 말발굽형, 원추형, 복합형 등으로 나뉜다.

제주사람들은 오름에서 나서, 자라고, 뼈를 묻는다고 한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입산봉(사진)은 오름 전체가 무덤이다. 해발 85m가량의 야트막한 오름으로 사면에 3000기 가량의 무덤이 자리했다. 마을주민들이 망자들의 안식처를 품고 생활하는 공존의 현장이다. 분화구는 농사를 짓는 밭으로 변했고 비닐하우스도 들어섰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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