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硏 보고서 책임자 “고용시장 전환점… 두세달전 통계 무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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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도 전망실패 자인

“연말쯤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해온 청와대는 12일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다시 최악으로 떨어지자 이번엔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했다.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닌 일시적 현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여기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하반기 고용 전망’ 보고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작성 책임자조차 ‘예측 실패’를 인정하면서 청와대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게 됐다. 청와대가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며 내세우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동향 통계’에서는 실업 대란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청와대가 의지한 노동연구원마저 비관 전망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18년 고용 전망’을 통해 올해 취업자가 상반기(1∼6월) 28만7000명, 하반기 30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집계한 상반기 증가폭(14만2000명)이 예측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고용 전망’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을 20만8000명으로 수정했다.

문제는 이조차 턱없이 높은 예측치였다는 점이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으로 곤두박질친 데 이어 8월에는 3000명까지 떨어졌다. 노동연구원의 고용 전망 보고서 책임자인 성재민 동향분석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분석 실패를 인정하고 “9월엔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두 달, 세 달 전 것을 인용하면 안 된다”며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는 현재 무의미하다고까지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동 정책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노동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가공해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노동시장에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제조업 구조조정 등 어마어마한 충격이 몰아쳤는데,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도식에만 집착했다는 것이다.

1988년 설립된 노동연구원은 그동안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 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해 왔다.

○ 고용부의 ‘노동시장 동향’도 왜곡된 통계

청와대가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통계는 고용부가 매달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 통계(고용행정통계)’다. 고용보험 가입자를 전수 조사해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는 1321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만1000명(2.8%) 증가했다. 월별 증가폭으로는 2016년 6월(36만3000명) 이후 가장 크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지난해 8월보다 33만9000명이나 늘어 통계청의 고용 동향(서비스업 취업자 1만2000명 감소)과는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늘었다는 것은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으로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자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해 일시적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을 뿐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시장 동향은 통계청 고용 동향과 달리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낸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은 빠져 있어 고용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노동시장 동향 통계에서 실업급여 신청자(8월 43만6000명)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퍼센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의지하는 통계에서 ‘고용 참사’를 넘어 ‘실업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 정치’로 통계를 만들다 통계의 역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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