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15세?”…결혼식 촬영 거절·신랑 폭행 사진작가에 박수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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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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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르 알바이라크. 사진=하베르튀르크
오누르 알바이라크. 사진=하베르튀르크
사진=오누르 알바이라크 페이스북
사진=오누르 알바이라크 페이스북
신부의 나이가 15세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해 결혼식을 망친 한 사진작가가 ‘영웅’으로 불리며 박수를 받고 있다.

터키 휴리에트 데일리 뉴스는 10일(현지 시간) 사진작가 오누르 알바이라크가 지난 5일 한 결혼식장에서 겪은 일을 보도했다.

알바이라크에 따르면 그는 촬영 당일로부터 약 2주 전 자신의 스튜디오에 찾아온 한 남성에게 웨딩촬영을 의뢰받았고, 지난 5일 결혼식 장소인 말라티아 주(州)의 한 공원에서 신부를 처음 봤다.

그는 “신부는 매우 어렸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신랑에게 신부의 나이를 묻자 “15세”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터키 법상 혼인이 가능한 최소 연령은 18세다. 단, 예외적으로 법원의 허가가 있을 경우 17세도 혼인이 가능하다.

때문에 알바이라크는 법적 최소 연령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세 어린 소녀와 결혼하려는 것에 분노해 촬영을 거절했고, 이에 신랑은 “돈을 받았으면 그냥 촬영이나 하라”며 항의했다.

결국 두 사람은 몸싸움까지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알바이라크는 신랑에게 폭행을 가해 코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알바이라크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신랑은 20대 후반처럼 보였다”며 “그는 나를 모욕하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욕설을 하는 등 나를 위협했다. 나도 이에 대응했고, 다른 사람들이 싸움을 말렸다. 나는 그대로 내 차를 타고 결혼식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알바이라크의 촬영거절 사건은 이후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성을 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린 신부는 아동 학대”라며 “누구도 나에게 어린 신부의 웨딩사진을 찍게 할 수 없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알바이라크의 사건은 더욱 화제가 됐고,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영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알바이라크는 9일 터키 하베르튀르크와 인터뷰에서 “조혼에 대한 문제점을 알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며 100여 곳의 결혼 관련 업체로부터 조혼 예식을 거부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을 통해 “신랑 측이 나를 고소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는 그저 이 나라의 현실을 찍었을 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터키 내 보수적인 지역과 일부 농촌에서는 불법 조혼이 여전히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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