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가 50년 맨부커상 중 최고작? “독자 인기투표로 선정… 권위-신뢰 추락”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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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대표하는 영문(英文) 소설 작품을 일반 독자 인기투표로 뽑은 게 과연 온당한가?’

마이클 온다치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영국 맨부커상 50년을 기념한 ‘골든 맨부커상’을 받은 데 대해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1996년 동명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9개 부문을 휩쓴 화제작이지만, 맨부커의 지난 역사를 대표할 간판으로 합당한 작품이냐는 지적이다.

1969년 이 상을 제정한 부커사가 2월 “전문 심사위원 선택에만 맡기지 않고 일반 독자 투표로 수상작을 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논란은 있었다. 심사위원 5명이 10년씩 나눠 맡아 기간별 후보작 5편을 정한 뒤 독자의 다수결로 최종 결과를 낸 ‘왕중왕전’ 이벤트 방식이 최고의 문학 작품을 가려내는 데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상작이 발표되고 하루 뒤인 9일 워싱턴포스트는 ‘골든 맨부커는 최고의 소설 작품을 선정하는 최악의 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누구나 자기가 읽은 책을 읽지 않은 책보다 ‘좋은 책’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선정에 참여한 독자 9000여 명 모두가 과연 5개 후보작을 다 읽어봤을까?”라며 베스트셀러 집계와 마찬가지가 된 ‘인기투표’ 시스템의 부적절함을 꼬집었다.

상을 받아 든 작가 온다치도 “내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후보작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콘테스트의 운용에 아쉬움을 표했다. 온다치는 “맨부커상을 받지 못한 위대한 소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5명이 아무 논쟁 없이 기간별 대표작을 혼자 정한 것부터 불합리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중과의 접점만 신경 쓰다가 상의 신뢰도와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미국 영화평론가 케네스 튜랜은 트위터를 통해 “영화가 원작 소설에 대한 판단에 묘한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잉글리시 페이션트#맨부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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