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에 천주교 성체 훼손 사진… 도 넘은 남성혐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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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반대하는 종교 반대”… 성체 불태우며 욕설 등 조롱 글
천주교측 “모독행위 묵과 못해”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의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10일 올라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에서 성체는 빵의 형상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체를 신성시하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천주교 측은 11일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10일 ‘워마드’ 게시판에는 ‘예수 ×××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익명의 글쓴이가 자신이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에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로 태워 훼손한 사진을 게시한 것이다.

해당 글에는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와 여성인권에 반대한다며 성체를 훼손한 이유가 적혀 있다. 글쓴이는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인데 천주교에서는 예수××의 몸이라고 ××떨고 신성시한다.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를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 떠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또 “밀가루를 구워 만든 과자를 두고 예수라고 말하는 게 황당하다. 난 오로지 성별이 여자인 신만 믿는다”고 썼다.

게시글이 온라인에 급속히 퍼지면서 천주교를 모독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체 훼손 글과 사진을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워마드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한 청원자는 “이번 사건은 일반 국내 사건이 아니라 국제 이슈가 될 문제”라며 “성체를 훼손한 과정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11일 ‘워마드’에는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성체 훼손 글이 올라왔다. 피 묻힌 성체를 유리컵에 담근 사진이다. 글쓴이는 예수를 가리켜 ‘꽃뱀 같은 ×’이라고 적고 “여기저기 몸 팔고 다니는 국제 ××”라고 비난했다.

천주교 측은 ‘워마드’의 성체 훼손 행위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발표문에서 “이는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이며 개인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종교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온 모든 종교인에게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또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일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보편적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고 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정양환 기자
#워마드#성체#남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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