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젖먹이 학대 인정한 40대 돌보미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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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아동 엄마가 몰래 녹음… 공소사실 증거로 인정할 수 없어”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돌보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은 자신의 학대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사건 과정을 몰래 녹음한 음성을 법원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재단에 소속된 아이 돌보미 A 씨(47·여)는 지난해 9월 13일 오전 10시∼오후 5시 반 북구에 있는 한 가정에서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돌봤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울기를 계속하자 A 씨는 수차례 크게 막말을 하고 욕설을 했다. 또 큰 소리로 우는 아이를 보고도 달래주지 않고 자기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TV를 봤다.

이런 학대 정황은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집에 몰래 켜둔 녹음기에 고스란히 저장됐다. 녹음 가운데는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는 듯한 소리도 있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녹음을 저장한 CD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A 씨는 경찰 수사를 거쳐 아동학대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A 씨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음성을 녹음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형사소추 및 형사절차상의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판사는 이어 “피해 아동의 엉덩이를 때린 듯한 녹음이 있지만 피고인이 실제로 한 행동인지, 아니면 다른 도구로 사물을 두드린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이 증거만으로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아기돌보미#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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