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례없는 3연패, 바른미래 전패… 야권 재편 태풍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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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지방선거]분열된 보수, 최악 참패로 패닉

참담한 2野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위쪽 사진 오른쪽)와 김성태 원내대표(위쪽 사진 왼쪽)가 13일 
오후 야당의 참패를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목덜미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박주선 공동대표(아래쪽 사진 왼쪽부터)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 광역단체장 후보 전패를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참담한 2野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위쪽 사진 오른쪽)와 김성태 원내대표(위쪽 사진 왼쪽)가 13일 오후 야당의 참패를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목덜미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박주선 공동대표(아래쪽 사진 왼쪽부터)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 광역단체장 후보 전패를 예상하는 출구조사 결과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오후 6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선 적막만이 흘렀다. 그저 여기저기서 “어휴” “휴” 하는 깊은 한숨 소리만 흘러나왔다. 다들 예민한 탓인지 발걸음도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만큼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당장 시계제로 상태다. 지도부 교체는 물론이고 빅뱅 수준의 대대적인 정계 개편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부턴 정계 개편 시나리오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충격은 한국당이 가장 컸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 그리고 이날 지방선거까지 이례적인 전국 단위 선거 3연패였다.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 한나라당을 거슬러 올라가도 전례가 없는, 정당의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든 완벽한 패배”라고 중얼거렸다.

바른미래당도 공황 상태인 건 마찬가지다. 광역단체장 한 자리를 얻는 것은 고사하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0%대 득표율로 3등에 그치는 게 확실시되면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의 사퇴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예고돼 있었다.

야권이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하면서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 안 후보, 유 대표의 2선 후퇴를 신호탄으로 야권은 헤쳐모여, 신장개업 등 갖가지 정계 개편 논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선 홍 대표가 사퇴하면 곧바로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론 정우택 나경원 심재철 의원과 이완구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바른미래당에선 초·재선의 젊은 의원들이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 위기는 지도부 총사퇴→전당대회→새 지도부 선출이라는 전통적 해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민심이 지난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에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린 만큼 판을 뒤엎는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정치인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2년 뒤 총선에서도 참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성된 정치적 중력이 너무 무겁고 무섭다. 무슨 계기를 잡아 원심력을 발휘해야 하는 데 전혀 감조차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뒤엔 탄핵 논란으로 당이 쪼개졌고, 대선에 패배한 뒤에도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에 대한 출당 논란으로 계파 싸움을 계속해 온 것 자체가 국민들을 등 돌리게 한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처절한 패배를 밑거름으로 삼아 분열된 야권의 통합과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좁게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양당의 통합, 크게는 무소속 의원들과 제도권 밖의 새 피 수혈까지 포함한 ‘범보수 빅 텐트론’까지 나온다. 양당 통합론은 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민주당과 맞서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뭉쳐야 산다’는 정치공학적 해법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당 대 당 통합론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호남 출신 의원들이 이탈하고, 외연 확장 없이 새누리당 탈당파만 복당하는 형식이 되면 ‘도로 새누리당’을 벗어나기 어렵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재기 또는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6·13 지방선거#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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