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각본으로 연출된 트럼프의 ‘오락외교’, 돌발상황에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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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북-미 회담 깜짝쇼는 일종의 오락외교(Diplotainment)
지지자 관심 끄는 이벤트 위주의 외교가 핵심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보다 장거리 미사일 제거 수준의 합의에 그칠 수도
워싱턴포스트 분석, “치밀한 각본 외교여서 돌발상황 대처 못해”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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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은 그의 외교 스타일인 ‘오락외교’(디플로테인먼트·Diplomacy(외교)와 Entertainment(오락)의 합성어)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 트(WP)가 1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용보다는 포장을 중시하고,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벤트 위주의 정치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비핵화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좁은 폭의 합의를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제거 수준에서 김정은과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오락외교의 대표적인 사례로 새벽 시간에 앤드루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열린 미국인 억류자 귀환식에 참석한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귀환 생중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자랑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내부적으로 회담 장소와 일시는 이미 결정됐는데도 곧바로 발표하지 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관심을 극대화한 것이다.

WP는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어떤 공개발언을 할지, 정치적 승리를 위한 어떤 무대를 마련할지 등에 너무 초점을 맞춰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TV에서 어떻게 비칠지를 늘 신경을 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오락외교는 치밀한 각본에 의해 연출되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미국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비핵화 드라이브에 반발하며 북미회담 재고를 언급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켜보자(We‘ll see)”라는 답변을 6번이나 반복할 뿐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평소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을 기대한다”는 트윗을 연신 날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등을 TV중계함으로써 시청자와 대상의 친밀감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는 김정은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모여들 군중의 규모를 생각해봐라. 거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외형적인) 것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내용적인 것)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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