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꿈은, 국무장관 그 너머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北정권교체 주장하던 강경파서 北-美대화 실용주의자로 변신
美정치전문지 “대권 야심 품어… 임기중 성과로 백악관 점프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을 움직이는 힘을 무얼까.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사령탑인 폼페이오가 대권 야심까지 품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전했다. 초강경파로 분류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내각(war cabinet)’의 핵으로 알려졌던 그가 북-미 대화의 얼굴로 떠오른 배경엔 백악관 주인 자리까지도 노리는 그의 정치적 야심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도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인 차차기가 유력해 보인다.

폼페이오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북한의 정권 교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지지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하면서 전에 없던 대화파 이미지를 얻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에 대해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폼페이오의 변신에 대해 국무장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대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그를 실용주의자로 변모시켰다는 설명이다.

폼페이오는 실제로 트럼프 백악관에선 생각하기 힘든 실용주의적 행보를 여러 차례 보였다.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과 존 케리 전 국무장관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또한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국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의지를 읽은 뒤에도 유럽 외교관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합의 유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의 전형인 셈이다.

폼페이오의 급격한 부상에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인물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던 펜스 부통령은 요즘 국내 정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백악관이 중간선거 전략을 아직 제대로 꾸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매우 훌륭하게 규율 잡힌’ 러닝메이트가 그 공백을 파고들었다”고 펜스 부통령을 칭찬했다.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의 본능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면서까지 자신의 우군과 이익을 챙기며 공화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란의 백악관’에서 영원히 신뢰받는 2인자는 없다. 폼페이오는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막지 못해 ‘1패’를 떠안게 됐다. NYT는 “(폼페이오는) 미국의 핵 합의 탈퇴 며칠 전까지 ‘합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유럽 외교관들에게 전했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폼페이오#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