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연타 맞은 민주당, 지방선거 위기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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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여파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삼킬 태세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민주당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던 6·13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다. 보수색채가 강한 TK(대구경북)를 제외하곤 다 차지할 수도 있겠다던 기대감은 이제 “또 다른 미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 현역 지사에 이어 이번엔 3선 중진 ‘미투’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자진 출석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를 한창 진행하던 3선의 민병두 의원을 상대로 한 성추행 의혹이 터졌다. 민 의원은 의혹 제기 1시간여 만에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첫 미투 폭로였다.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이날 한 매체를 통해 2008년 5월경 민 의원과 함께 노래주점에 갔다가 민 의원이 갑자기 키스를 했다고 폭로했다. 민 의원은 “그분에 따르면 그 이후에 내가 노래방에 가자는 제안을 했고,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전현희 의원의 불출마,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문으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열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현재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의혹을 반박할 사진을 공개하고, 성추문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미투 파장에 따라 정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121석인 민주당은 2당인 한국당(116석)과 불과 5석 차이다. 민 의원이 사퇴하면 4석 차이로 줄어든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0일 민 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며 사퇴를 만류했다. 민주당 서울시도당위원장인 안규백 최고위원도 의원직 사퇴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남지사 출마가 유력하던 이개호 의원에게 출마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선당후사하겠다. 12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부산시장 출마를 조율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11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작은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출마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던 만큼 민주당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 민주당, 지방선거 압승 기대 급랭

그동안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호재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을 ‘궤멸’시킬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오곤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해찬 의원 등 지도부에서 ‘20년 이상 연속 집권’ 발언이 나온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잇따라 미투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서울시장 결선투표 등 흥행 이벤트를 주로 구상했던 선거 전략도 상당 부분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10년, 11년 전 일이 말과 주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솔직히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위축됐던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불안하다. 일단 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부터 마무리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고위전략회의 등에서 대응방향과 기조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투 운동이 일방적 폭로에 따른 인민재판으로 흘러가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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