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라트비아 은행 ABLV, 美 제재 2주만에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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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5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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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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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3위 은행인 ABLV가 북한과 연계된 기업의 돈세탁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은 지 2주일 만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4일(현지 시간) “ABLV가 미국 당국 제재 이후 유동성이 심각하게 나빠져 기한 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예금 인출을 견딜만한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며 “ABLV가 파산이 진행 중이거나 파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단일청산위원회(SRB)는 “ABLV를 다시 살리는 건 공공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CB 대변인은 “ABLV는 새로 예금자를 모집하거나 예금 양을 늘려서는 안 된다”며 “이는 파산 절차 착수 전에는 어떤 새로운 돈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세이프가드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ABLV는 13일 미 재무부가 ABLV를 미국 금융망에서 전격 퇴출시킨 이후 급격한 인출 사태를 겪었다. 미 금융범죄단속반은 “ABLV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정한 제재 대상자들과의 거래를 포함해 불법적 금융 거래를 했다”며 “그 중 북한의 탄도미사일 조달 혹은 수출과 관계된 사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금융망 퇴출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ABLV에서는 약 6억 유로(약 7960억 원)가 빠져나갔다. 나스닥 리가 증권거래소는 ABLV의 채권 매매를 중단하고 모든 주문을 취소했으며 비자는 지난주 이 은행 고객 9000여 명 이상의 카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ECB는 19일 ABLV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이유로 지급 정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ABLV는 정부에 4억8000만 유로(약 6368억 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마리스 쿠친스키 라트비아 총리는 성명에서 “정부는 ABLV의 파산을 막기 위해 세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트비아 금융감독위원회는 26일 ABLV 사태와 관련해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다. 예금자는 법에 따라 최대 10만 유로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ABLV는 미 재무부가 밝힌 자금 세탁 협의 지원을 부인하며 “이번 폐쇄 결정은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BLV를 포함해 라트비아 은행 절반 이상이 비거주자들의 외국 돈이며 러시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라트비아 은행이 러시아 자금의 돈세탁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계속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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