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도 연기… 롯데, 비상경영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축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글로벌 시장 확장 등을 목표로 내건 ‘뉴 롯데’의 핵심 과제였던 호텔롯데 상장은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14일 오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 사장단회의를 열고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황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허수영 화학BU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이원준 유통BU장 등이 참여한다.

황 부회장은 “임직원과 고객, 주주를 안심시키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주길 부탁한다”며 “명절인데 협력사와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고 했다.

사장단회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요청에 따라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황 부회장과 BU장들은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신 회장을 면회했다. 오전 10시 50분부터 12분간 이뤄진 짧은 면회에서 신 회장은 담담하게 “롯데그룹의 업무와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점을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해외 파트너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신 회장의 부재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그룹 안팎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구속된 직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 해임은 물론 지배구조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입장 자료를 내자 롯데 내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새 경영진이 들어오면 대규모 인사 조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광윤사는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28.1%)다.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에 따라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총수 구속 사태까지 겹치자 롯데는 당초 올해로 예정했던 호텔롯데 상장도 보류하기로 했다. 면세점 수익이 악화돼 제대로 된 주식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데다 신 회장이 구속되며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소통하는 데 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풀리고 신 회장이 복귀한 뒤에 천천히 상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언론들은 전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것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일본 내에서 롯데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영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면에 신 회장 얼굴 사진을 싣고 “한일 롯데그룹의 사령탑 부재가 향후 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문은 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주장하며 롯데홀딩스 지배권을 탈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롯데#상장#비상경영#총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