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없습네다” 말 아끼던 김여정… 친서전달 뒤엔 웃음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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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급물살]가까이서 본 ‘訪南 2박3일’

“일없습네다,”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시간 40여 분간의 면담과 오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서로 간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식사는 괜찮았는지 등을 묻자 김여정은 “일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괜찮습니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김일성의 혈육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2박 3일 동안 행보는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큰 화제였다. 김여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보통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했지만 수다스럽지는 않고, 해야 할 말만 딱딱 골라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사라는 중압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우 절제되고 겸손한 언행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연이은 회동과 식사 자리에서도 고개를 숙이는 일 없이 발언자를 쳐다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0일 강릉에서 열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 만찬에 참석했던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김여정에 대해 “굉장히 말수가 적고 침착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한 워딩을 구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하며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김여정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이 특사로 왜 김여정을 보냈는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단순히 혈육이라서 보낸 것이 아니라 ‘평양 초청장’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전달하고 우리 측 인사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인상을 심어줄 적임자라 특사로 보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나 공식적인 식사 자리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없어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렇다고 불필요한 거만을 떨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과 평창, 강릉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 후반부에는 김여정도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10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응원에 참석했던 김여정은 방남 기간 내내 자정을 넘겨 숙소인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다. 김여정은 2박 3일 동안 총 7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고, 네 차례 경강선 KTX를 탔다.

10일 청와대 접견에서 핸드백을 떨어뜨리는 등 다소 경직됐던 김여정은 일정 막바지인 11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만찬에서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활발한 성격에 붙임성 좋은 임 실장이 재킷을 벗으며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인데, 이 자리에서는 정말 편하게 한 끼 드시고 가시라”고 말했고 김여정도 가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여정도 참석자들의 농담에 비교적 크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등 최고위층과의 식사보다는 덜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며 “임무였던 김정은의 친서 전달도 무사히 마쳤고, 만찬 이후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만 보면 떠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마지막 일정으로 문 대통령의 오른쪽 옆자리에서 공연을 지켜본 김여정은 개회식,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관람 때와는 다르게 문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여정은 공연 관람 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문 대통령이 김영남과 악수를 할 때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어 김여정은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했다.

한편 김여정이 일정 내내 유독 몸가짐을 조심하는 장면이 포착돼 임신설도 다시 제기됐다. 만찬에 참여한 김여정이 의자에 앉을 때 양손으로 아랫배를 살짝 감싸 안으며 천천히 앉았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지난해 10월 출산설이 돌기도 했으나 아직 결혼이나 출산 여부가 파악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김여정#남북대화#청와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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