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래 37시간 감금폭행… ‘잔혹 1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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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안좋아져” 빈집에 가두고 배꼽-특정부위 라이터 불로 고문
이발기계 가져다 강제삭발도
경찰, 2명 입건… 7명 조사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7일 오전 서울 강북구의 한 청소년보호시설. A 군(16)이 떨리는 목소리로 상담직원 B 씨에게 말했다. 얼굴에는 핏자국과 멍이 가득했다. 머리카락은 마치 누더기처럼 엉망이었다. 한쪽 다리도 불편한지 부축 없이 걷지도 못했다.

B 씨는 깜짝 놀랐다. A 군은 가정형편 탓에 보호시설 도움을 받아 공부하며 상담을 받았다. 밝은 모습으로 보호시설 문을 나선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처참한 모습으로 다시 보호시설을 찾은 A 군은 “빈집에 갇혀 친구들한테 두들겨 맞았다”고 고백했다. 무려 37시간 만에 탈출해 B 씨를 찾은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A 군의 몸이 떨렸다. B 씨는 A 군을 바로 근처 병원 응급실로 보낸 뒤 112에 신고했다.


강북경찰서는 A 군을 이틀 동안 감금하고 얼굴과 팔다리 등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중학교 3학년 C 군(16) 등 2명을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다른 학생 7명을 조사 중이다. A 군과 가해 학생들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5일 오후 7시경부터 7일 오전 8시경까지 빈 주택에서 C 군 등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C 군 등이 돌아가면서 얼굴과 팔다리 등을 밟고 때렸다”고 진술했다. A 군이 울고 비명을 지르자 폭행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C 군 등은 A 군의 옷을 벗기고 배꼽과 성기 부위에 라이터 불을 켰다. A 군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이어 이발기계(전기식)를 가져와 A 군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밀었다.

가해 학생들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끔찍한 가혹행위는 30시간 넘게 이어졌다.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경찰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A 군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몇 차례나 진술을 멈췄다고 한다.

A 군은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진학 포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청소년보호시설 도움을 받아 공부하면서 진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보호시설 측이 A 군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C 군 등을 조사했고 일부는 범행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을 괴롭힌 이유에 대해 C 군 등은 “어느 순간 사이가 나빠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학교 측은 C 군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C 군과 함께 폭행에 가담한 동급생을 추가로 조사 중이다.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배준우 jjoonn@donga.com·사공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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