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금강산 피격내용 잘 모른채 ‘남북대화’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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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관광객, 北초병 총에 맞아… 사건발생 8시간반 지나 MB에 보고
국회서 기존 연설문 그대로 읽어

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경. 동이 틀 무렵 북한 금강산관광특구 내 해수욕장에서 몇 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총성의 희생자는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 박 씨는 새벽에 홀로 산책길에 나섰다가 등 뒤에서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총격 사건의 충격파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피격 다음 날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금강산 지역 남측 자산을 몰수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사건은 ‘늑장보고’ 논란으로 이어지며 당시 이명박 정부에도 대형 악재가 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은 사건 발생 8시간 반이 지난 오후 1시 반경.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오전 11시 반경 청와대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지만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정작 이 전 대통령에게는 보고가 늦어졌다. 당시 국회 연설을 앞두고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 전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기존 연설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읽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늑장보고에 대해 정보 부처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사건 다음 날엔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개선 방안을 지시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10년 전 박 씨 피격 사건 이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금강산 합동공연을 하기로 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꾸준히 관심을 드러내 왔다. 2015년 8년 7개월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정부를 향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한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연간 400억 원 이상의 관광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북이 금강산 합동공연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합동공연은 무관하다. 관광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으로 적절한 환경이 갖춰져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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