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최악 北인권참상 알려 내부변화 유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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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발표한 사회과학원 인권문제연구소의 백서에서 “우리 공화국은 인민대중의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를 가장 철저히 옹호하고 가장 훌륭하게 실현하는 참다운 인권옹호, 인권실현의 나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서는 “참다운 인권은 오직 총대를 강화하여 국권을 수호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21세기에 버젓이 공개처형을 자행하며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북한이 ‘인권옹호국’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 인권의 날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감시와 도청, 고문이 일상화된 감옥국가이자 출신성분에 따른 철저한 계급사회인 북한이 인권선언을 거론할 자격이나 있는가. 유엔총회가 이달 중 북한인권 결의안을 최종 채택하기에 앞서 이런 억지를 편 것일 테지만 그 뻔뻔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정은이 2011년 말 권좌에 오른 이래 북한 정권의 잔혹성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보도한 탈북자 수십 명과의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 젊은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의 등장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주민들은 그것이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절망하고 있다. 한 탈북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북한에서 무엇이 최악이었느냐고 물으면 ‘그건 바로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라고 답하겠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권 침해는 인간으로서의 생존 조건, 즉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굶주림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런 나라가 버젓이 ‘인권옹호국’을 내세운다는 것은 누구도 그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폭압적 체제가 영원할 수 없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도 북한은 이미 ‘구멍 뚫린 배’라고 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김정은 정권을 바짝 옥죌 것이다. 그 속에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서도 더 많은 정보가 유입되도록 다양한 정보 침투 수단을 동원해 주민들의 환멸과 각성을 이끌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세계에 널리 알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권외교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북한#세계 인권의 날#인권#유엔총회#김정은#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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