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약판매 허위 광고에 첫 실형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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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약을 팔지 않았더라도 인터넷에 마약 판매 광고를 올리거나 제조 방법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서삼희 판사는 인터넷에 필로폰과 대마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거짓 광고를 올린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모 씨(33)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씨는 올해 6월 지역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아이스’ ‘얼음’ ‘작대기’ ‘크리스탈’ 등 마약과 관련된 은어를 섞어 쓰면서 마약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실제로는 마약을 갖고 있지 않았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이 씨는 조미료, 녹차 사진 등을 보여주며 마약을 갖고 있는 것처럼 속여 총 13명에게서 5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이 씨가 마약 판매 광고를 인터넷에 올린 점을 문제 삼아 이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씨가 기소된 것은 지난해 12월 ‘(마약에 대해) 타인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마약류관리법에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법 개정 이후 해당 조항으로 처벌을 받은 첫 사례가 됐다.

기존에는 인터넷에 마약 제조 방법을 올리거나 마약을 팔겠다는 광고를 게시해도 수사를 통해 마약류를 실제 판매하거나 판매하려 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었다. 이 씨처럼 거짓 광고를 올려 돈을 받은 경우에는 마약류관리법 대신 단순 사기죄로만 처벌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마약 판매 광고 글을 올리는 이들에 대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것 외에는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서 판사는 “마약류 판매 광고를 게시한 것은 실제로 마약류 판매 또는 사기 범행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마약류 오남용을 유도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마약을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데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약 판매 거짓 광고를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마약사범과 똑같이 처벌받는 것은 평등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률 해석에 대한 문제일 뿐”이라며 각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이 호기심으로 인터넷에서 마약 관련 글을 읽고 마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판결이 인터넷에서 마약 제조법이나 마약 판매 글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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