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지원 예산 200억 늘려… ‘간호사의 눈물’ 닦아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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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428조8000억]본보 실태보도 이후 국회서 증액

11월 24일자 A1면.
11월 24일자 A1면.
중증외상센터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인건비 지원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외상센터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호소한 데 이어 간호사 인건비 지원이 전무(全無)한 현실을 지적한 동아일보 보도(11월 24일자 A1·3면)와 후속 보도가 잇따르자 국회가 내년 예산에 새롭게 반영한 것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정부안(400억4000만 원)보다 201억400만 원 늘어난 601억4400만 원이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관련 예산은 올해(439억6000만 원)보다 오히려 39억2000만 원 줄었으나, 귀순병 오청성 씨를 기적적으로 살린 ‘이국종 효과’가 중증외상센터 예산의 대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가장 큰 증액분은 외상센터 간호사 인건비 지원금 124억3200만 원이다. 현재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에서 일하는 전담 간호사 591명에게 1인당 2103만 원씩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간호사의 인건비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공공성은 높지만 격무 탓에 지원자가 적은 외상센터 간호사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진영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격무에 시달리다가 늦게 퇴근해도 ‘사람 살리고 온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자녀의 위로에 간신히 기운을 차린다는 외상센터 간호사의 사연이 동아일보에 보도되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이는 본보가 소개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외상전담 간호사 송서영 씨(36·여)의 사연이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간호사 인건비는 지금껏 논의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이니 반영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이번에 편성된 예산이 실제로 간호사 처우 개선에 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간호사 인건비 지원금을 권역외상센터에 일괄적으로 내려 보내면 자칫 간호사 인건비 증가는 얼마 되지 않고 센터의 적자 보전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지부는 간호사를 적정 인원 이상 두고 있지 않은 센터에는 지원금을 덜 주는 식의 보완책을 검토해 내년 1월경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는 권역외상센터 의사 인건비 지원 예산도 339억4400만 원에서 407억330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의사 1명당 평균 연봉은 기존 1억2000만 원에서 1억4400만 원으로 올라간다. 의사 연봉은 2012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의사 인건비를 올린 데는 외상센터 의료진의 ‘울분’이 한몫했다. 외상센터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삭감당하면 그 비용의 상당액을 의료진 성과급에서 공제해왔다(본보 11월 27일자 A4면).

응급환자를 신속히 치료하기 위한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예산도 10억8500만 원 늘어났다. 닥터헬기는 도서 및 산간지역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고립된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현재 6대가 있는데,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 소형 헬기 1대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외상센터#지원#예산#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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