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 참변’… 이탈리아, 60년만에 월드컵 좌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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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PO서 스웨덴 벽 끝내 못 넘어… 통산 4회 우승한 강국 국민적 분노
소극전술 벤투라 감독에 비난 빗발… 데 로시 등 베테랑 잇단 “대표 은퇴”

“월드컵에 못 나간다면 이탈리아 축구의 종말이 될 것이다.”

카를로 타베키오 이탈리아 축구협회 회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4일 이탈리아 대표팀이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스웨덴과 0-0으로 비겨 본선 진출이 좌절되자 “이탈리아가 없는 월드컵은 월드컵이 아니다”라고 자부하던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이탈리아는 25위 스웨덴에 1차전 방문경기에서 0-1로 졌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무 1패로 무릎을 꿇었다. 자국에서 개최한 제2회(1934년)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1938년 프랑스, 1982년 스페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최다 우승국 2위에 올라 있는 이탈리아가 본선에도 못 나간 것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참가하지 않은 초대 대회를 빼면 사상 두 번째다. 14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도 멈췄다. 이탈리아는 유럽예선 D조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승점 28·9승 1무)에 뒤진 2위(승점 23·7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직행 티켓을 얻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로 밀렸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대재앙(apocalypse)이 일어났다. 충격의 정도는 상상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대재앙”이란 가제타 보도를 인용하며 “이탈리아 팬들이 경기장 주변과 펍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탈리아 국민의 충격은 컸다. 팬들의 분노는 예선 조별리그부터 소극적인 전술로 비판을 받아 왔던 잠피에로 벤투라 감독(69)을 향하고 있다. “내가 본 역대 최악의 감독”이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등 팬들은 벤투라 감독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다니엘레 데 로시(34·AS로마)가 이날 경기에서 벤투라 감독과 언쟁을 벌인 것도 팬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데 로시는 벤투라 감독이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신을 투입하려 하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기려면 내가 아니라 공격수가 나가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고 이 모습은 그대로 방송으로 나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멤버인 데 로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탈리아 중원을 책임져 왔다.

충격적인 본선 탈락 직후 데 로시를 포함해 조르조 키엘리니(33), 안드레아 바르찰리(36·이상 유벤투스) 등 베테랑 선수들은 잇달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데 로시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은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이탈리아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6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도전했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도 경기 뒤 눈물을 흘리며 “실망스러운 결과다.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탈리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웨덴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데 로시#벤투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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