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세돈]한미 FTA 2.0을 위한 10대 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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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내민 한미FTA 폐기카드 감정적으로 대응할 순 없어
호혜적 업그레이드 기회 삼아야
양국 경제에 기여 분명하되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 문제
한국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이므로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저쪽이 폐기 카드를 들먹인다고 이쪽마저 그런다면 전략이라 치더라도 너무 가볍고 감정적이다. 폐기를 하면 저쪽이 더 큰 손해를 입는다는 연구결과도 좀 궁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국가 이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에 옹졸하게 감정을 섞는 것은 모닥불에 휘발유를 끼얹는 격이 되고 만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감정이나 과거에 얽매일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가 더욱 호혜적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버전 2.0)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미 FTA 2.0 협상에 나서는 양측이 반드시 지키고 받아들여야 할 10대 원칙을 정리했다.

첫째, 2012년 3월 발효한 이래 지금까지 한미 FTA는 양국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 상호 간의 경제협력 및 교류 진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폐기하는 것이 맞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56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고 미국의 대한 수출이 390억 달러에서 420억 달러로 증가한 것을 훨씬 넘어서는 효과가 있었다.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의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더욱더 그럴 수 있는 초석을 쌓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양국은 한미 FTA 발효 후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개선해 더욱 수준 높은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정 협상을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처음부터 한미 FTA가 완벽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나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협정이었다. 그런 문제점들을 보완해 더욱더 완벽한 FTA가 되도록 개정 혹은 수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셋째, 미국은 물론 한국도 한미 무역 불균형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며 이를 세계무역기구(WTO) 및 교역에 관한 국제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하기를 약속해야 한다. 한미 무역 불균형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한미 FTA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은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현안임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우리 무역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FTA를 포함한 국제규범의 틀 안에서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도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양국의 호혜적 교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다.

넷째, 농수산물, 의약품, 지식재산권, 투자, 국경 간 교역 및 금융서비스 교역 등 여러 분야에서 보다 개방된 한미 FTA를 체결하도록 약속해야 한다. 한미 FTA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폐쇄적 조치가 산재해 있다. 이런 부분들에 전반적인 개방 계획이 이번에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한미 FTA 개정 협상은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저쪽만 유리할 수도 없고 반대로 우리만 유익할 수도 없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이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수입을 관세 인상이나 규제로 막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분야(예컨대 농업이나 서비스나 투자)에서 미국의 수출시장을 터주는 방법이다. 당연히 두 번째 방법이 더 매력적이고 또 국제교역규범에 합당하다. 문제는 한국 시장 쪽의 반발이다. 국내 시장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섯째, 개정 협상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우리나라 ‘통상협상법’ 제1조 및 제4조가 투명성과 정보공개를 규정하고 있다.

일곱째, 두 나라 모두 교역의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배격해야 한다.

여덟째, 개정 협상에 민간기업이나 유관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한다. 무역협정은 양국 기업과 국민을 위한 것이므로 적극적인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

아홉째, 한미 FTA가 보다 발전된 형태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위해 한미 FTA의 개정 혹은 수정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열째, 한미 FTA 개정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되는 부문 혹은 분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보완 조정 조치를 해야 한다. 녹록지는 않겠지만 양국 협상대표단의 훌륭한 결과를 기대해 본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한미 fta 폐기카드#한미 fta 2.0 협상을 위한 10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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