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FM 주파수는 왜 전부 홀수로 끝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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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러브FM이 사용 중인 주파수 103.5㎒. 이 라디오 채널은 AM 방송을 그대로 FM으로 전달하는 ‘표준 FM’으로 원래 
방송 주파수는 AM 792㎑입니다. 1980년 11월 30일까지 동아일보에서 운영하던 동아방송(DBS)이 이 주파수를 썼지만, 
신군부 언론통폐합으로 KBS에 넘어갔다가 다시 SBS가 넘겨 받았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SBS 러브FM이 사용 중인 주파수 103.5㎒. 이 라디오 채널은 AM 방송을 그대로 FM으로 전달하는 ‘표준 FM’으로 원래 방송 주파수는 AM 792㎑입니다. 1980년 11월 30일까지 동아일보에서 운영하던 동아방송(DBS)이 이 주파수를 썼지만, 신군부 언론통폐합으로 KBS에 넘어갔다가 다시 SBS가 넘겨 받았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안녕하세요,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일하고 있는 독자 박상익이라고 합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 e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FM 라디오를 듣는데 주파수가 100.0(㎒)처럼 정수로 딱 떨어지는 게 없더라고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 먼저 정말 ‘잡학사전’이라는 꼭지 이름이 딱 걸 맞는 질문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 제목에서 보신 것처럼 이렇게 되는 제일 큰 이유는 FM 라디오 주파수 소수점이 모두 홀수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아래는 수도권에서 잡을 수 있는 FM 라디오 주파수를 정리한 그림입니다.


전부 다 홀수로 끝나죠? 또 지역에 따라 같은 채널이 다른 주파수를 쓰거나, 같은 주파수를 다른 채널이 쓰는 일도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이번에 제일 큰 이유는 ‘정책’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주파수 88~108㎒ 범위를 FM 방송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FM 방송국당 채널 간격은 200㎑(0.2㎒)입니다. 그러면 각 라디오 채널은 아래 같은 방식으로 주파수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0.2㎒ 간격으로 채널을 나누니까 소수점 첫 번째 자리가 계속 홀수입니다. 왜 한쪽 끝을 쓰면 안 되냐고요? 그건 방송국에서 라디오 전파를 쏠 때 전파 강도가 아래 그래프처럼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0.2㎒ 간격일 때는 가운데를 선택하는 게 가장 강하게 전파를 보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FM 라디오 방송 주파수는 소수점 뒤에 첫번째 자리가 계속 홀수로 나옵니다.


이렇게 정한 건 정책이라 정책이 바뀌면 끝자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나라에 따라 87.5㎒부터 FM 라디오 방송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0.2㎒ 간격을 기준으로 하면 전부 짝수만 나올 겁니다.

또 채널 사이 간격을 0.1㎒로 정한 나라도 많습니다. 이러면 짝수와 홀수가 번갈아서 나오게 됩니다. 채널 간격을 좁히면 라디오 방송 숫자를 더 많이 늘릴 수 있지만 (현재 한국 방식으로는 100개가 한계입니다) 음질에서는 손해를 봅니다.

한국에서 이런 정책을 채택한 건 미국 때문일 개연성이 큽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FM 채널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한미군 방송인 AFKN(현 AFN Korea)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FM 방송을 시작한 매체이기도 하고요. AFKN은 1964년 10월 1일부터 FM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인을 주요 청취자로 삼은 첫 번째 FM 라디오 방송국은 1965년 문을 연 ‘서울FM’이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운영하던 동양방송(TBC)이 1966년 이 회사를 인수해 동양FM으로 바꿨습니다. 이 채널은 1980년 언론 통폐합에 따라 KBS로 넘어가 현재 KBS 2FM이 됐습니다.

언론통폐합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던 동아방송(DBS)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DB.
언론통폐합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던 동아방송(DBS)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DB.

아, 그렇다고 모든 국내 FM 방송 주파수 100% 홀수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자유 FM은 강원 인제군 송신소에서 106.6㎒로 방송을 내보냅니다. 이 라디오 채널은 국가정보원에서 하는 대북방송입니다. 북한은 홀·짝수를 모두 쓰는 방식으로 FM 라디오를 운영하고 있기에 이 주파수를 사용하는 겁니다.

참고로 1978년 이후 한국에서 AM 방송은 525.5~1606.6㎑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채널 간격은 9㎑입니다. AM은 일반적으로 FM 보다 음질이 떨어지지만 전파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FM은 전파가 멀리 나가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보신 것처럼 지역에 따라 같은 주파수를 다른 채널이 쓸 수 있는 겁니다. 아, 그런데, 요즘도 AM 듣는 분이 계시기는 한 거죠? (‘항덕’ 여러분 손!)

※ ‘잡학사전’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궁금하기는 한데 직접 알아보기는 귀찮은 내용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kini@donga.com으로 e메일 보내주시면 됩니다. 성의껏 취재해서 궁금증을 해소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제보해주신 독자 박상익 씨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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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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