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비키니]신혼부부 56%, 친정과 10㎞ 이내에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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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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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제 (남)동생하고 부모님 이웃집에 사는 걸 꿈꿨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뒤 그게 얼마나 허황한 꿈인지 알게 됐습니다. 자매끼리 부모님 댁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건 어렵지 않아도 형제끼리는 매우 힘들죠. ‘화장실과 처가는 멀면 멀수록 좋다’던 속담은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실제 통계를 봐도 20~40대 기혼 부부는 10년 전보다 장모님 댁 = 처가하고 가까이에 살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서는 2003년부터 해마다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 항목에는 어머니 그리고 배우자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거리를 여덟 단계로 표시하는 설문항목이 들어 있죠. 0은 같은 집에 사는 경우고 7은 해외에 사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점수가 낮을수록 (배우자) 어머니하고 가까이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자료를 살펴보면 20~40대 부부는 처가(4.16점)보다 시댁(3.95점) 가까이에 살았습니다. 가장 최신 자료인 지난해에는 처가(3.94)가 시댁(3.99)보다 가까워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댁은 10년 전보다 멀어진 반면 친정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이 자료는 ‘걸어서 15분 미만 거리(2점)’, ‘차나 전철 등으로 1~3시간 미만 거리(5점)’처럼 등급을 구분했기 때문에 실제 거리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선 성균관대 연구진이 지난달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 ‘친정과의 거리와 자녀출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진은 한국노동패널(KLIPS) 자료를 이용해 2000년 이후 혼인(초혼)한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신혼부부 55.6%가 친정과 10㎞가 못 되는 지점에 신접살림을 꾸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20㎞ 지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도 12.1%였으니까 3분의 2 이상(67.7%)이 친정과 20㎞ 미만 지점에 사는 셈이네요.



이렇게 친정 가까이 사는 이유는 뭘까.
예상하시는 것처럼 ‘육아’ 때문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내놓은 ‘전국보육실태조사- 가구조사 보고’에 따르면 친정 부모(21.9%)가 시부모(15.3%)보다 양육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니 친정집 근처를 선호하는 거죠.

연구진은 신혼부부가 친정과 얼마나 떨어져 사는지 다섯 등급으로 나눠 첫째아이 출산 시기 차이를 조사했습니다. 친정하고 제일 가까이 사는 신혼부부가 첫 번째 아이를 제일 먼저 낳았습니다. 그렇다고 멀리 살수록 아이를 늦게 갖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손쉽게 친정 부모의 자녀 돌봄 지원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거리 내에서는 친정 부모와 가까운 범주에 거주할수록 자녀출산이 촉진되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적 방문 또는 돌봄 지원이 용이하지 않은 거리(여기서는 50㎞ 이상)에서는 거리에 따른 이용교통수단의 차이(및 이에 따른 방문소요시간의 차이) 등으로 친정 부모와의 절대적인 거리에 비례하는 형태로 자녀출산 속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지만 놀랍게도(?) 시부모는 한 낱말이지만 친정 부모는 한 낱말이 아닙니다. 따라서 ‘친정_부모’라고 띄어 쓰는 게 올바른 표기법입니다. 이 정도면 유부녀 여러분들 항의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이들이 외할아버지·할머니는 그냥 할아버지·할머니라고 불러도 친할아버지·할머니는 ‘○○동 할아버지·할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언제부턴데요?

아, ‘그래서 너는 어디 사느냐’고요?
네, 저도 아파트 바로 옆 동이 처가입니다.
본가는? N포털에 물어보니 45.6㎞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저도 몰랐는데 저 트렌드에 민감한(?) 남자였나 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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