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압박…미중간 무역전쟁 서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3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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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국의 중국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 개시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강경파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5일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협조하면서 대중 제재안 발표를 미뤘지만, 중국의 협조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미 관리들은 12일 워싱턴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과 정책, 관행 등에 대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제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의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 등이다. 조사 결과와 대응에 따라서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미중간 무역 전쟁의 서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휴가지인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지금까지의 중국의 역할에 불만을 나타내고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면 통상 문제에서 (중국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추가적인 대북 제재도 다짐했다. 그는 “고려하고 있는 제재가 매우 강하고, 매우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아마도 그보다 강한 제재는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4일로 예고된 대중 경제 제재와 추가 대북 제재를 통해 외교적 압박도 동시에 최고치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중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런민(人民)망도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를 가동하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라며 경고했다.

그럼에도 4월 ‘북핵 위기론’이 고조됐을 때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던 미중 양국 정상의 통화가 급한 불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이번 트럼프-시진핑 전화 통화가 마주 달려오는 열차처럼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핵 사태에서 제동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지 관심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중국과의 외교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의 이해가 (북한 위기 해결에)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라면서 “한국과 일본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 정상들도 전화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 협조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대화와 담판을 통해 정확한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또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국빈 방문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이 한반도 핵 문제에 있어 발휘한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국 측은 중국 측과 함께 공동 관심의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양국이) 북한이 도발적이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12일 SCMP에 따르면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범위를 벗어나는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북한의 핵 야욕을 냉각시킬 수단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마지막 수단은 석유 수출 중단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북한 핵문제로부터 오는 도전에서 경제적인 힘을 사용해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지역 안보에서 권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 교수는 “지역의 정치 안보 현안에서 영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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