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시절 총수급 대화채널 없어 ‘삼성 저격수’가 됐다는 김상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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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재판 증인 출석… “다른 그룹들과는 채널 유지돼… 비공개 해결… 문제제기 줄어”
재계 “법적으로 문제 소지 있어… ‘내게 잘했어야’라는 압박이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죄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7시간 넘게 증언한 내용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판에서 자신이 경제개혁연대 소장이던 시절 “주요 기업 그룹과 대화 채널을 갖게 되었고 문제제기 횟수가 줄어들었다. 비공개로 해결돼서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거의 유일한 예외가 삼성과 한화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신이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삼성과는 대화 채널이 유지되지 않아서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리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라지만 관여의 적정성을 넘어섰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대다수 기업과 비공개 대화 채널을 유지했다는 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미공개 정보를 외부인과 상의한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이를 당연하다는 듯 해왔다고 증언한 김 위원장의 현실 인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 한화와 대화 채널이 유지되지 않아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증언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A그룹 관계자는 “현직 공정위원장이 삼성·한화에 ‘진작 나한테 잘했어야지’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재판에서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이 삼성 내 자신의 대화 파트너였다고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김 전 사장과의 대화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삼성과의 대화 채널이 없었다고 증언한 것은 교수 시절 이 부회장과 같은 총수급이 아니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게 아니겠느냐는 촌평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증언 상당수가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닌 교수 및 시민단체 소장으로서 당시 자신의 의견이었다”며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에서 개인적 판단을 쏟아낸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공정거래위원장#김상조#이재용#삼성#법정#증언#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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